[인터뷰] 방백(방준석-백현진)이라는 ‘터’…음악을 탐구하다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육감(六感)’이라고 할까. 분석적이거나 계산적이지 않은 것, ‘무엇’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 이 화두를 따라 탐구한 결과. 지난해 끝자락에 발표된 방백의 앨범 ‘너의 손’은 육감으로 만들어진 음악이라고 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아니, 어쩌면 이들의 음악을 정의하는 것 자체도 불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방준석(46)와 백현진(44)의 ‘방백’. 고수들의 만남은 자연스러웠다. 방준석은 1994년 모던록 그룹 유앤미블루로 데뷔한 후 20여년 간 영화음악 작업을 해 온 베테랑 음악감독이다. 지난해 최고 흥행작 ‘베테랑’과 ‘사도’로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백현진은 1997년 어어부 프로젝트를 결성해 밴드로, 솔로로 ‘독특한’ 음악을 계속 해 왔다. 그는 또 국내와 유럽 등지에서 수차례 개인전을 연 미술가이기도 하다. 

[사진=스팽글뮤직 제공]

20여 년 간에 걸친 이들의 행보에는 겹쳐지는 지점이 많았다. 백현진의 앨범들에 기타 세션으로 방준석의 이름이 자주 올랐다. 방백이라는 팀명이 처음 나온 것은 영화 ‘경주’(감독 장률)의 OST ‘사랑’에서였지만, 음악 파트너로서 이 둘은 오랜 세월을 함께 해 왔다. 그래서 특별한 계기도 없이, 오랫동안 흥얼거리던 음악을 기록한다는 차원에서 앨범 작업을 자연스럽게 시작했다고 한다.

백현진은 방준석에 대해 “막 가는 게 잘 맞는다”고 말했다.

“막 간다는 게 다른 말로 하면 열어놓고 간다는 거예요. 특히 제가 작업할 때 많이 열어놓으면 열어놓을수록 재미있어하는데, 그런 게 잘 맞아요. 호기심이 많으니 탐구하는 작업들이 생기겠죠? 꼭 ‘답을 찾겠다’가 아니고, 호기심 있는 것에 대해 맛을 많이 봐야지 직성이 풀리는 성격들이에요.”

이들이 말하는 ‘열어놓는다’는 것은 작정하고 달려들지 않는다는 것, 결과물을 예상하지 않는다는 것, 한 마디로 육감에 따라 작업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 앨범의 곡들은 표제가 달린 ‘주제음악’들이지만 그런 것들은 크게 의미가 없단다. 제목과 가사를 모두 바꿔도 무방하다. ‘소리’나 ‘음악’이 그들에겐 전부다.

하지만 이들의 앨범을 두고서는 ‘어른의 노래’라는 구체적인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백현진은 “참담하고 암담한 이 나라에서 ‘어른스러움이 뭘까’에 대해서는 형(방준석)이나 주변 지인들이 많이 생각하는 것 중 하나다”라며 “어른스러움이 일종의 화두가 된 것인데 누군가 그렇게 읽어주고 들어준다면 반갑다”고 설명했다.

[사진=스팽글뮤직 제공]

‘어른스러움’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석은 각자의 자유라고 했다.

앨범의 두 번째 트랙 ‘다짐’에서 “또 누굴 만나 사랑을 하고 또다시 엉망진창이 돼버리면 그냥 중이나 될 걸 하는 헛생각 따윌 하며 반나절 한강을 걷네”라고 말하는 목소리는 직설적이고 비관적이다. 그러면서도 ‘변신’에서는 “물론 어렵겠으나 그래도 너는 어쩌면 변할 수 있다”라고 따듯한 위로를 건네는 어른의 모습을그린다.

‘연극에서 관객들에게만 들리는 대사’라는 ‘방백’ 이름의 중의성처럼, 이번 음악에는 듣는 ‘대상’에 대한 고려가 담겼다.

이전까지 이들이 ‘듣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의 느낌으로 음악을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방향을 조금 틀었다는 것. 방준석은 “밥상은 항상 차렸는데, (이번에는) 어떤 마음으로 차릴까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라며 “우리 딴에는 좋은 걸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백현진은 자신들의 음악을 ‘오픈 소스’에 비유하기도 했다.

“시장 혹은 세상에 정성들여 저희 수준에서 이런 물건을 만들었으니, 접근 가능하신 분들이 인연이 돼서 이 물건을 잘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저희 음악은) 오픈 소스처럼 사람들 거예요. 그 사람이 그걸 잘 이용을 하면 우리 마음과 링크가 잘 된 거죠.”

‘너의 손’은 사람들의 ‘조합’이 낳은 앨범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앨범에는 손성제ㆍ김오키ㆍ서영도ㆍ임가진ㆍ신석철ㆍ고상지 등 한국 대중음악계의 화려한 면면들이 ‘공동 편곡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시작은 듀오였지만, 스스로 주축이 되기보다 잔치를 열고 참가자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서브(serve)’ 역할을 했다고 회상했다.

방준석은 이 공간을 ‘터’라고 불렀다. 마치 ‘소울’이 감도는 흑인 교회처럼, 누군가 와서 함께 노래를 불렀다가 그 곳에서 빠지기도 하고, 그렇지만 소울은 계속되는, 그런 곳이다.

“저희가 녹음한 영상 기록을 보고 있다가, 연주자들이 심취해서 연주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들의 기운이 합(合), 합, 합…, 그렇게 돼서 이뤄진 무엇이구나 하는 느낌밖에 안 들었어요.”

이들은 방백의 ‘터’를 계속 가꿔나갈 생각이다. 그것이 어떤 모습이 될지는 아무것도 구체화하지 않았다. 또 그 ‘터’ 안에서 이런 저런 화두를 가지고 탐구하면서 육감적으로 ‘막’ 할 것이라고 밖에는. 어찌 보면 하나의 ‘실험’이다.

다음 앨범으로 선을 잇기 전까지, 다양한 활동들이 이들을 기다린다. 백현진은미술가로 오는 27일부터 PKM갤러리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방준석은 영화 음악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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