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하는 ‘남과 여’(감독 이윤기)는 여느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저마다의 외로움은 잊은 채 가정에 충실했던 두 남녀가, 서로로 인해 ‘남자’와 ‘여자’로 돌아가 느끼게 되는 사랑의 감정을 담담하게 스크린으로 옮겼다.
‘그 남자’와 ‘그 여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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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쇼박스] |
▶‘그 남자’ 공유, “상대배우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가 정통 멜로를 선택한 것은 ‘남과 여’가 처음이다. 멜로영화가 많지 않아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서른 일곱, “이 나이대쯤에 멜로를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 “상대 배우가 전도연 선배”였기 때문이다.
공유가 연기한 기홍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지고 묵묵히 살아가는 남자다. ‘그 여자’ 상민을 만나고 그의 세계는 달라진다. 기홍은 주저하는 상민에게 항상 먼저 손을 건네는 사람이 된다.
“멜로 작품을 선택할 때 ‘상대 배우를 사랑할 수 있을까 없을까’라는 기준도 충분히 반영된다고 봐요. 전도연 선배님이 아니었으면 이 영화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공유는 “솔직히 사리사욕도 채웠다”며 웃었다. “웃자고 한 얘기지만, 배우가 한 작품에서 만나면 다시 만나기 쉽지 않고, 지금 아니면 못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대중에게 공유는 2007년 인기를 끈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MBC) 속 ‘달달한 남자’의 잔상이 강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최근 공유의 필모그래피에서는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시도가 보인다.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을 영화화한 ‘도가니’(2011)에서의 정의로운 교사 역할이나, 실컷 액션 연기를 보여줬던 ‘용의자’(2013)에서의 지동철 역할이 그랬다.
“ ‘커피프린스’로 사랑을 받고 그런 이미지가 구축됐죠. 저는 상업예술을 하는 사람이지만 너무 상업적인 것에 대한 결벽 같은 게 있기도 해요. 괴리감이 들기도 해요. 일하면서 헷갈리는 거예요. 그래서 작품을 할 때 명분을 찾아요. 전형적인 부분을 피하고 싶어하는 게 그런 이유인 것 같아요.”
‘남과 여’ 또한 전형적인 남녀의 러브스토리일 수 있지만, 공유는 차별되는 지점이 있다고 자부했다. “우리 영화는 마냥 신파는 아니에요.” 이윤기 감독 영화만의 ‘쿨함’이 있다는 것이다.
공유는 이윤기 감독의 화법이 좋다고 했다. “관객이 지루할 수 있는 요소가 있기도 하지만, 일상적이고 크지 않은 이야기를 덤덤하고 건조하게, 툭툭 표현하는데 그 안에서 오는 울림이 있다”며 “감독의 화법이나 여백이 좋다”고 이야기했다.
▶‘그 여자’ 전도연, “이야기보다 인물에 끌려”=전도연의 ‘영화 속 삶’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에이즈에 걸린 다방 레지(‘너는 내 운명’)였고, 남편과 아들을 잃고 종교 안에서 배회하는 여자(‘밀양’)였다. 억울하게 마약 운반범(‘집으로 가는 길’)으로 몰리더니, 살인자의 여자(‘무뢰한’)로 살았다.
이번엔 ‘자폐아를 둔 엄마’, ‘남편이 있지만 다른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가 됐다. 상민은 전도연을 만나며 ‘지탄의 대상’에서 빗겨서게 됐다. ‘불륜’이라는 손가락질 대신 한 여자의 온전한 사랑으로 표현됐다.
“작품을 선택할 때, 이야기보다는 인물 자체의 성격에 끌려요.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 너무 궁금하고 그렇게 연기할 때 좋았던 것 같아요.”
촬영 전부터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왜 상민과 기홍이 사랑에 빠지는 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전도연은 “각자의 현실적인 상황이나 힘듦으로 도피하듯 사랑을 했다고 하면 오해의 여지가 있을 것 같았다”며 “그것과 상관없이 이 둘의 사랑에만 집중해 촬영했다”고 말했다.
등장인물들의 상황은 복잡하고 어렵지만, ‘남과 여’라는 평범하고 공백 많은 제목의 영화가 나온 이유다. “처음엔 ‘남과 여’가 가제였지만 이 둘의 온전한 사랑 이야기라는 방향으로 영화가 흐르다 보니 이것만큼 적절한 제목이 없었어요,”
전도연은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오래 알고 지낸 배우 공유의 새로운 모습도 봤다고 했다.
“아이같고 소년같은 친구”인 줄 알았던 공유는 “남자답고 자상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듯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건조함도 있고요.”
두 사람의 핀란드 촬영은 공유 덕에 여행 같은 기분도 느꼈다. 숙소와 현장만 오가는 전도연과 달리 공유는 렌트해온 차로 시내 구경도, 멋진 레스토랑 식사도 제안했다. “공유 씨 덕에 핀란드 촬영에서 뭔가 조금 더 누리고 온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윤기 감독과는 ‘멋진 하루’(2008)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었다.
“ ‘멋진 하루’를 찍고 완성된 영화를 보고 ‘아 이런 정서를 가진 감독님이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감독님 자체가 좀 건조하신데 이런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건조한 감독님이 찍으시면 어떨까 생각했고, 그래서 조금 안심했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전도연은 올해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넘어간다. 동명의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드라마 ‘굿 와이프’(tvN)로 11년 만에 복귀할 예정이다. 그는 검사 남편이 정치 스캔들과 부정부패로 구속되자, 결혼 후 그만두었던 변호사 일에 복귀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성을 연기한다.
“멜로가 아니어서, ‘이야기’여서, 법정 스릴러여서 매력이 있었어요. 너무 신이 났어요. 변호사 역할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멜로라는 이미지로 전도연 이미지가 고정화된 게 있었는데 그래서 더 신나요.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어’가 아니고, ‘전도연이?’ 이런 반응이어서,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