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한 말이지만, 많은 시청자들에 의해 공유된 생각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홍설의 어장관리녀 생활이 한 회로 마감될 것 같다. 13회에서 홍설은 기존의 유정(박해진)뿐만 아니라 인호(서강준)까지 자신의 어장에 가뒀다. “힘들때 내 옆에 있어주던 사람인데, 유정선배 때문에 (인호를) 내쳐도 되는건가?”라는 다소 위험한 발상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14회에서는 인호가 홍설에게 “나한테 한 달만 시간을 주라. 내가 마음 정리할게. 약속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약간 불안한 구석도 있다. 인호가 홍설-유정이 연인 사이임을 알고 그 기득권을 인정하고 한달 사이에 마음 정리를 한다고 했지만, 그게 그렇게 마음대로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하나다. 사랑은 비지니스가 아니기 때문에 한달이라는 데드라인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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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한 달이라는 인호의 마음 정리 시간을 가지고 드라마는 결국 끝까지 갈 것 같다는 점이다. 이제 불과 2회밖에 남지 않은 ‘치인트‘에서 달달한 정설커플(유정 홍설)의 모습을 많이 보고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미안한 소식이다.
사랑은 칼로 무 자를듯 되기 힘들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2회분도 결국 정설커플로 결말이 나겠지만, 삼각관계가 주는 미묘한 행보도 한 몫을 차지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다.
‘치인트’는 이례적으로 서브남주가 메인남주보다 이야기거리가 더 많은 드라마로 남게됐다. 서브남주인 백인호의 입장과 관점에서 바라보는 분량이 메인남주 유정을 넘어섰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벌여놓은 인호 이야기의 마무리를 위해서라도, 인호 분량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멜로도 ‘쿨’ 하지 못하고 다소 질척대는 통속적 삼각관계 면모도 조금은 보이게 됐다.
결국 ‘치인트’가 보여주는 멜로는 상처입은 남녀들의 관계와 사랑이다. 파편화된 시대를 살아가는 유정과 인호, 홍설 모두 내면에는 상처와 불안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등장한 각종 진상과 민폐들도 드라마에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알고보면 다 나름의사정이 있을 것 같다.
유정은 얼음장 같이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내면을 숨기고 있고, 인호 또한 학창시절 유정과의 악연으로 인해 피아니스트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상처속에 살고 있다. 홍설은 공부도 잘하고 의욕도 넘치지만,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매끄럽게 풀지 못하고 있다.
상처 투성이인 유정 선배를 끌어안은 홍설의 모습이 달달하기보다는 치유 효과를 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그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