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석 작가는 ‘태후‘의 특이한 공동집필시스템을 소개했다. 드라마 공동집필은 김영현-박상연 작가 등 몇몇 케이스가 있지만, 이 분야는 여전히 도제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태후’는 상하 관계의 도제시스템이라기보다 좌우 횡적 관계의 공동집필시스템에 가까웠다.
“작가들끼리 공동작업에서 의견이 맞지 않았다면 지금도 대본을 쓰고 있었을 것이다. 생각은 서로 다르다. 대본은 완성해야 하는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생각은 달랐지만, 함께 작업함으로써 토의를 많이 했다. 김은숙 작가(43)와 나, 그리고 보조작가 3명 등 모두 5명이 함께 작업했는데 모두 1표씩이다. 기계적 민주주의인 다수결에 따랐다. 이견이 나오면 많은 토의를 거쳐서 표결에 붙여 최종 결정했다. 물론 메인작가의 찬스는 있다.(우기면 통과되는 와일드카드 같은 것) 작품을 만들면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을 통해 타협과 설득 과정을 거쳤다. 같이 떠들고 하는 이런 식의 작업방식을 처음 배웠다.”
김원석 작가는 작가들이 함께 모여 주말 버라이어티 예능을 함께 봤다고 했다. 그는 “같이 대화하고, 열린 마음과 귀를 가지려고 했다. 작가가 그러기가 쉽지 않다. 김은숙 작가님은 보조작가가 재미 없다고 하면 바로 거둬버렸다”고 전했다.
“작가들끼리 온갖 ‘개드립‘을 치다보면 재밌는 상황이 나온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고통이지만 웃고 즐기는 상황에서, 주눅 들지 않는 분위기속에서 나온 걸 대본에 반영한다. 16부 구성안에서, 보조작가가 쓰면서 초고, 김은숙 작가가 재고, 그리고 또 한 번 회의를 거쳐 재미 없는 부분을 걸러내면 최종본이 나온다. 김은숙 작가본을 보고 놀랐다. 그 분은 문장을 조금만 다듬어도 ‘설렘’ ‘심쿵‘ ‘무서움’이 나온다는 게 놀라웠다. ‘그 우럭 닮은 양반‘도 김은숙 작가님이 쓴 거다. 대사 하나도 그냥 쓴 것이 없다. 그냥 쓰면 ‘킬‘됐다.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국가가 뭔데‘ 등의 대사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김원석 작가는 “이렇게까지 사랑해주실줄 몰랐다. 마법 같은 일이었다. 감사하다“면서 “시청률이 30%를 넘겼을때 김은숙 작가님께 문자로 ‘마법사랑 한 편 먹고 싸운 것 같다. 우리 편이라 고마워요’라고 보냈다”고 했다. 오글거리기로는 두 김 작가가 일맥상통하는 바 있는 듯했다. 그는 “김은숙 작가의 글이 오글거린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쓰는 내내 저는 재미 있었다. 나는 그 글이 설레고 심쿵하고 무섭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원석 작가는 2011년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국경없는 의사회’를 쓴 작가다. 그후 작업을 통해 20개의 대본으로 만들었지만, 제작여건상 바로 드라마화가 힘들어졌다. 김은숙 작가는 드라마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만났다.
“원작을 놓고 김은숙 작가님이 멜로를 잘 넣으면 재밌겠다고 하셨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김은숙 작가님이 남자주인은 군인이었으면 좋겠다고 해 남자주인공이 유시진 대위로 바뀌었다.”
김 작가는 유시진 대위가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하는 좀비화(?)가 된 데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진 소장과 아구스라는 안타고니스트(적대자)가 등장했지만, 재난과 전염병속에서 자신들의 일을 해나가는 휴먼멜로, 힐링드라마를 만들고자 했다. 인물들이 재난 상황이나 비상상황을 맞이했을때 임무에 충실하고, 군인의 책임과 명예를 지켜나가면서 젊은이의 사랑도 그려나가자. 그러다 보니 그런 설정이 계속됐다. 뒷부분으로 넘어오면서 사건과 상황의 개연성, 인물들의 디테일한 부분을 놓친 것은 토 나오게 열심히 쓴 대본이라 후회는 없지만, 반성은 많이 한다. 다음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김 작가는 “재난이라는 무섭고 위험하고,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죽음으로 표현하지 말고 그 마음을 잘 표현하자고 해서 인물들을 가급적 죽이지 않았다. 기억할만한 죽음은 고반장 한 분뿐이었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애국주의? 국가주의?”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데 대해서는 “국기에 대한 경례는 군인에게는 일상이었다. 유시진이 강모연을 돌려세운 것은 상황적 멜로신인데, 불편했다고 하시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했다.
“군인을 하자고 했을때 고민이 많았다( 김 작가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사단 행정병 병장 출신이라고 했다). 특전사에 있는 친구를 취재하면서, 이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는 데서 실마리를 찾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보고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저 사람 인생을 잘못됐다고 얘기 못하겠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이야기를 해야하는 군인의 명예란? 국가란? 조국이란? 군인이 충성해야 하는 국가란? 이런 의문점을 가지고 명예로운 군인, 진짜 군인을 보여주고 싶었다. 애국심이 얼마나 대단할까? 굉장히 상식적이지 않을까. 우리 상식, 즉 유치원에서 배워 알고있던 것, 이런 상식을 지키는 것에서 출발했다. 유시진은 아버지가 원사라 군인을 좋아했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 고증 실수와 오류는 죄송하다.”
김원석 작가는 자신이 가장 공들인 장면과 대사는 2회에서 송송커플이 헤어지는 장면에서 나온 ‘기대했던 만남은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군인에 대한 일부 고증 부족은 ”작가의 책임”이며 PPL 과다에 대해서도 ”거슬리지 않게 써야했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김 작가는 “지금은 유시진 하면 송중기만 남아있다. 멋있고 강렬하고 잘해줘 고마웠다”면서 “송중기가 제대전 휴가나올때 대본을 전달했는데 바로 하겠다고 답변을 해와 김은숙 작가님이랑 ‘우리 송중기한테 잘해주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송중기와 송혜교씨, 진구와 김지원 씨의 케미가 너무좋았다. 구원커플은 부대에서 실제 그런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송중기-진구의 브로맨스는 두 사람을 붙여놓으며 좋겠다고 생각했다. 장교 지휘관과 경험많은 부하가 화합한다. 서로 존중하는 선후배이자 유쾌한 남자들이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처음부터 해피엔딩이었다. 윤명주가 죽는다는 것은 아니었다”면서 “시즌2 생각은 없다. 유시진 대위가 아무리 불사조라 해도 비상상황 없는 세상에서 강모연과 행복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