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미화, 허구적 이야기 논란 중심에
‘국가대표2’ ‘터널’은 실화 모티프 불구
특정인물·사건 동일시할까 홍보도 조심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가 주는 감동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벅차다. 동시에 실화는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그만큼 뒤따르는 논란들이 뜨겁기 때문이다. 역사를 왜곡했다거나,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등 영화의 시각이 문제가 되는가 하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속사정들도 있다.
최근 여름 극장가를 강타한 한국 영화들이 실화 논란에 휩싸였다. ‘인천상륙작전’과 ‘덕혜옹주’는 역사 왜곡 논란에, ‘국가대표 2’와 ‘터널’은 ‘실화인 듯 아닌 듯’ 경계선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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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여름 극장가는 유독 실화를 바탕으로 하거나 특정 사건을 연상케 하는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실화가 주는 감동 못지 않게 역사왜곡 논란 역시 피해갈 수 없다. 사진은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국가대표2’, ‘터널’. |
▶각색과 왜곡 사이…‘아슬아슬’=9일까지 관객 556만 명을 동원한 ‘인천상륙작전’이 가장 먼저 논란의 불을 지폈다. ‘인천상륙작전’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동력이 된 ‘X-레이’ 첩보작전을 재조명한다는 기획 의도로 제작됐다. 영화가 공개되고 첩보 대원들과 북한군이 점령한 인천에서 활동을 이어가던 켈로부대원들을 수면 위로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호평이 나왔다.
그러나 동시에 역사적으로 논란이 있는 인물인 맥아더 장군을 ‘현자’처럼 미화했다는 지적과, 국군과 북한군을 지나치게 선악 구도로만 묘사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지난달 영화 홍보차 내한한 리암 니슨은 자신이 연기한 맥아더 장군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그는 전설적인 카리스마를 지녔지만, 대립과 충돌을 일으킨 인물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영화에서는 허구가 가미된 캐릭터로 등장하기 때문에 재해석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공동경비구역 JSA’(2000), ‘웰컴 투 동막골’(2005), ‘고지전’(2011) 등 한국전쟁을 소재로 남북의 대립 자체보다 전쟁의 비극성을 부각시킨 영화들이 전쟁영화의 ‘진일보’를 보여줬다면, ‘인천상륙작전’의 선악 구도가 전쟁영화의 ‘퇴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영화평론가는 “1960~1970년대 봤던 ‘괴뢰군’에 대한 반공영화와 다를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덕혜옹주’는 대한제국 황제 고종의 막내딸 인 덕혜라는 실존인물을 소재로 한 권비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때문에 ‘덕혜옹주’의 오프닝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작품”이라는 고지가 나온다.
소설과 영화에는 덕혜옹주가 영친왕의 망명 시도에 동행하다 실패로 돌아가는 극적인 장치가 등장한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으로 허구인 이야기다. 더불어 극중 덕혜옹주가 일본 노역장에서 일하는 조선인들을 앞에 두고 한국말로 연설하는 장면, 조선인들을 위한 한글학교를 세운 장면 때문에 “덕혜옹주는 독립운동을 한 적이 없다”는 비판에 맞닥뜨리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은 역사 왜곡 논란을 일찌감치 경계했다. ‘덕혜옹주’의 한 관계자는 “영화를 공개하기 전까지는 덕혜옹주라는 인물과 시대적 배경인 독립운동을 연결시켰기 때문에 충분히 역사왜곡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라며 “오히려 영화가 공개되고 나서 그런 논란이 불식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놓고 말하기 어렵네…’속사정도=10일 나란히 개봉한 ‘국가대표 2’와 ‘터널’ 모두 실화와 강력한 ‘링크’로 만들어진 영화다.
‘국가대표 2’는 남자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를 다룬 ‘국가대표’(2008)의 속편으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소재로 한다. 2003년 일본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결성부터 경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의 70%가량은 허구지만, 영화의 출발은 한 실존인물이었다. 북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출신인 탈북자가 한국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실제 이야기가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 수애가 연기한 대표팀 에이스 ‘리지원’ 캐릭터에 해당한다. 영화를 연출한 김종현 감독은 “한 실존인물의 이야기가 이 시나리오를 확 끌어당긴 매력이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인물이 아직도 생존해 있고, 실화라는 것이 전면에 부각되면 사정이 곤란해진다는 이유로, 영화 제작진과 홍보 담당자 등은 이 사실을 밝히는 것을 꺼렸다. ‘국가대표 2’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본인과 영화에 대한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져서 다행이지만, 영화 속 캐릭터를 진짜 실존인물의 이야기라고 100퍼센트 동일시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평범한 남자가 무너진 터널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는 내용의 영화 ‘터널’도 실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영화 속 사건 자체와 구조를 기다리리거나 구조를 하는 사람, 여론의 분위기 등 많은 설정이 지난 2014년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영화가 공개되기 전부터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세월호와 관련된 영화’라는 소문도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그러나 ‘터널’은 2013년 발표된 소재원 작가의 동명 소설 ‘터널’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결말을 제외하고는 주인공의 이름을 비롯한 모든 설정이 똑같다. 세월호 참사보다 앞서 발표된 소설이기에 직접적으로 이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볼 수는 없다. 영화 엔딩크레딧 마지막에는 “이 영화는 창작된 이야기이며 관객이 특정한 실제 사건을 떠올린다 해도 이는 우연의 일치임을 밝힌다”는 문장이 올라온다.
그렇지만 영화는 “터널 공사 탓에 도롱뇽이 다 죽는다”며 한 스님이 제기한 천성산 터널 공사 중단 소송이나, 삼풍백화점 참사 때 가까스로 구조된 생존자 등의 이야기를 가져오면서 현실감을 높였다. 영화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도 시사회에서 “ ‘터널’은 강력하게 현실에 발을 디딘 영화”라고 말했다. 또 그는 세월호 참사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특정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모티브를 얻었다기보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겪은 사건들을 떠올렸다”고 말하며 선을 그었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