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인지도 끌어올리는 효과
완전체 안뜰땐 내부 불화요인도
그룹 먼저, 그 다음 멤버 순이 아니다. 한 멤버의 활약으로 그룹 이름을 알리는 ‘거꾸로’ 홍보, 그 최대 수혜 그룹이 있다. 데뷔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인지도 쌓기는 신인 못지않다. 한 번도 ‘뜨지 못한’ 비인기 걸그룹이 살아남는 법, 그 가운데에는 한 멤버의 하드캐리가 있다.
▶나인뮤지스 경리…섹시아이콘 등극, 주류 광고까지 섭렵=경리는 나인뮤지스 완전체 활동이 아닌 솔로 활동으로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다. tvN ‘SNL코리아6’, JTBC ‘아는형님’ 등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하는 한편, 섹시 화보부터 당대 인기 걸그룹 멤버만 찍을 수 있다는 광고까지 섭렵했다. 지난달 하정우와 함께 맥주 ‘맥스(Max)’의 광고 모델로 발탁, 지난 1일에는 화장품 브랜드 모델 계약을 맺었다. 예능과 광고에 ‘복면가왕’에 나와 가창력까지 입증하니 화룡점정이었다.
경리는 성공 가도를 걷고 있지만 반대로 경리가 속한 나인뮤지스는 ‘모델돌’로 데뷔 후 6년이 지났지만 계속 고전했다. 하지만, 경리의 하드캐리는 빛을 발했다. 지난달 4일 유닛 나인뮤지스A의 첫 싱글 앨범 발매 쇼케이스 현장에서도 취재진의 열기는 이전과 달랐다. 물론 경리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지만, 다른 멤버들도 함께 설 수 있었다.
경리는 단연 센터였다. 이에 다른 멤버들도 불만은 없었다. 혜미는 “경리가 나인뮤지스를 알리기 위해 가장 고생하고 있다”며 “센터포지션은 당연히 경리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에스타 차오루, 가수였어? 예능감 폭발=피에스타의 중국 멤버 차오루는 어눌한 한국말, 엉뚱한 매력, 솔직담백한 입담으로 각종 예능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현재 MBC ‘우리결혼했어요’에서 조세호와의 커플 케미로 웃음을 선사,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서 MBC ‘라디오 스타’ MC들 못지 않은 예능감을 보여주고 있다. 차오루가 일약 스타덤에 오른 건 MBC ‘라디오 스타’ 출연이었다. 작년 말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차오루는 “성형은 눈이랑 코만 했다”거나 “한국말을 잘 몰라서 항상 ‘내 새끼’라고 아껴주시던 교수님께 ‘새끼’라고 했다”며 솔직하고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했다. 이에 사람들은 “솔직하다”며 호평을 보냈고, 그 후 각종 예능에 잇따라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역시 차오루가 속한 피에스타는 2012년 데뷔로, 5년차지만 제대로 ‘뜬’ 적이 없다. OST와 더불어 꾸준히 싱글 음원을 발매했지만 아직 정규앨범 한 장도 내지 못한 상황이다. 차오루의 활약에도 불구 올해 5월 말 ‘칠전팔기’로 발매된 ‘애플파이(APPLE PIE)’도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차오루에 이어 지난 8일 피에스타 예지가 콜라보 음원으로 솔로 컴백해 다른 멤버들의 솔로 활동에도 시동을 걸었다.
▶스피카 보컬 보형, 스피카 3년 만의 컴백 일궈=지난달 25일 걸그룹 스피카가 2년 7개월 만에 컴백했다. 이에 스피카 멤버들은 “활동기간보다 공백기간이 길어서 본의 아니게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고, 데뷔하는 기분”이라며 “너무 설레고 즐겁다”고 말했다. 역시 취재 열기는 3년 전과 달랐다. 그 중심에는 스피카의 보형이 있었다. 취재진은 단연 현재 보형이 출연 중인 JTBC ‘걸스피릿’에 대한 질문과 함께 ‘뜨지 못한 데 대한 설움’을 묻기도 했다.
스피카는 2012년 데뷔해 벌써 5년차 아이돌 그룹이지만 인기를 얻지 못했다. 이효리가 측면 지원사격하고 리얼리티 예능으로 얼굴도 알렸지만 ‘이효리 걸그룹’이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저조한 성적을 냈다. 정작 이름을 알린 건 스피카 보형이 각종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이기 시작하면서다.
보형은 MBC ‘복면가왕’ 등을 비롯한 음악 방송에 출연, 가창력 하나로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깬 대표적인 예다. 이어 성황리에 방송 중인 JTBC ‘걸스피릿’에서도 그룹을 알리는데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보형은 최근 패션전문 매거진의 화보를 찍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쇼케이스 현장에서 멤버 지원은 “보형언니가 ‘복면가왕’과 여러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쉬는 시간 동안 열심히 스피카를 알려줬다”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포화 시장에서는 그룹 이름을 알리는 것도 어렵다”며 “가창력, 외모, 예능적인 끼를 갖춘 멤버 한 명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는 게 그룹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고, 또 이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멤버 한명을 통해 전체 그룹의 인지도를 끌어올려서, 모든 멤버들의 이름을 알리는 게 가장 최고의 시나리오”지만, “결국, 그룹에 대한 관심도 멤버 한 명에게만 집중돼 완전체의 가치가 더 올라가지 않거나 멤버들 간의 불화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며 한계도 꼬집었다.
이은지 기자/leun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