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가 된 지진 ③]지진도 알면 산다…‘지진 선배’ 국가들의 지진 방지책은?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미국과 일본, 칠레 등 ‘지진 선배’ 국가들의 지진 방지책은 우리나라의 허술한 지진 관리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진이 일상화된 일본에선 내진설계율이 80%에 달한다. 민간건축물의 90% 가량이 지진에 취약하다는 보고서도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는 지진에 있어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와 함께 무거운 가구는 벽에 고정을 시킨다든지, 지진발생 시 가스밸브가 자동으로 잠기는 구조로 건축을 설계하는 등의 일상 속 최소한의 지진방지 메뉴얼도 없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체계적인 재난콘트롤 센터ㆍ지진경보체계 구축= 지진 방지의 첫걸음은 지진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법체계와 행정체계 마련이다. 미국과 일본, 이탈리아, 칠레의 재난관리청(FEMA), 소방방재청, 재난관리본부 산하의 국민안전관리과, 재난관리청(ONEMI)은 재난콘트롤 타워로서 주기적으로 지진 관련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지진방지책 및 대피 매뉴얼을 배포한다.

평상시 지진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미 지질조사국(USGS)과 일본의 지진본부 등은 지진이 발생하면 어떤 피해가 예상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안내한다. 예컨대, 지진이 발생하면 지질 상 예상되는 피해가 산사태와 지표면 액상화(지반이 액체처럼 물러지는 현상), 해일(쓰나미) 등이다. 이들 기관은 매년마다 지진피해가 ‘확률적’으로 예상되는 지역의 지도를 포함해 액상화 예측도, 액상화ㆍ지반침하 시 안전대피 경로 등을 업데이트한다. 업데이트된 자료들은 각 지방청에 전달돼 학교나 지역단체 등에서 안내 및 방재 훈련을 실시한다.

미 국토안보부와 지질조사국,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연계해 구축한 지진국가연합(ECA)은 지진다발 국가의 국립 학술기관 등과 연계해 지진과 관련된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ECA는 지진이 발생할 때 무엇이 위험하며, 어떻게 대비하고 정부 기관에서는 어떤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지 적시하고 있다.

내진설계없인 지진대피 요령도 휴지조각= 일본 한신ㆍ이와지 대지진 당시 643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원인은 내진설계에 있었다. 당시 사망자 중 83.9%는 목조건물의 붕괴 및 가구 전도로 인해 압사하거나 질식했다. 고베ㆍ이와지 부근이 지진반발 지역이 아니어서 내진설계가 취약했기 때문이다. 내진설계가 이뤄지지 않은 목조건물 앞에 지진대피 요령은 무용지물이었다. 당시 건물 붕괴를 우려해 대피하던 사람들도, 튼튼한 탁자 밑에 숨어 머리와 목을 보호한 사람들도 모두 사망한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내진설계 다음엔 ‘튼튼한 탁자나 가구 밑에 숨어 낮추고(Drop)ㆍ가리고(Cover)ㆍ붙잡아라(Hold On)’(DCH요령) 같은 지진대피 요령이다. 고베시가 1996년 발표한 ‘지진재해의 교훈: 주택붕괴와 인적피해 발생 상황’ 이라는 보고서와 방재백서에 따르면 지진대피요령에 따라 행동한 사망자는 10% 미만에 불과했다.

지난 12일 경상북도 경주에서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튼튼한 탁자 밑에 숨으라는 것은 일본에만 해당하는 사항이니 숨지 말고 즉시 대피하라”는 잘못된 정보가 인터넷상에 떠 오른 것은 그만큼 정부의 지진방지 대책이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진 선배 국가들은 또 가구의 전도ㆍ낙하ㆍ이동에도 주의할 것을 조언한다. 1996년 일본의 방재백서에 따르면 한신ㆍ이와지 대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 중 20%가 가구의 전도 혹은 낙하와 관련해 발생했다. 부상자 4만3792명의 부상 원인을 분석한 결과, 가구와 가전제품 충돌이 46%, 유리나 금속 파편으로 인한 부상이 25%에 달했다. 건물 붕괴로 인한 부상은 17%였다.

때문에 미국 FEMA, 일본 소방방재청, 이탈리아의 국민안전관리본부, 칠레의 ONEMI는 민간에 가구를 고정시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각국의 재난방지 매뉴얼에 따르면 신발장과 수납장, 텔레비전, 냉장고 등 전도 가능성이 높은 무거운 가구는 벽에 고정시키고 유리에는 지진방지 필름을 붙이라고 권고한다. 일본의 경우, 자신의 키보다 높은 책장의 설치를 삼가고 침대 주변에는 가구를 배치하지 말라고 한다. 세라믹(도자기류)으로 만들어진 화장실의 경우 지진이 발생했을 때 타일이나 외벽, 욕조 등이 깨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검증된 안전세라믹을 사용해는지 체크해야 한다. 일본의 화장실의 건축자재는 강화플라스틱 소재로 표준화돼있다.

munjae@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