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대통령’농담이 현실되나…월가, 초박빙판세에‘비상’

트럼프 부상 가벼이 여기던 월가

시장변동성 향후 대처방안 모색

“접전지속땐 시장에 부정적”의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농담거리’로 취급했던 월가가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1차 TV토론 전까지 양당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초박빙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변동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지만 포트폴리오를 크게 변화시키지는 말라고 주문했다.

CNBC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1차 TV토론을 앞두고 투자은행들은 고객들에게 리포트를 보내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월가는 트럼프의 부상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월가에서 보는 힐러리 당선 확률은 70%에 달했다.

하지만 선거분석 전문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오늘 당장 선거가 치러질 경우 트럼프가 이길 확률은 54.9%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자 월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그의 말대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 재협상, 대폭의 세금 감면 등 급진적인 정책이 도입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같은 정책이 도입되려면 의회와의 논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공화당이 상원ㆍ하원을 모두 장악하면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건스탠리의 채권 전략가는 고객들에게 보낸 리포트를 통해 “여전히 힐러리가 트럼프에 비해 지지율이 높지만,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며 “대선이 가까워오면서 투자자들은 시장 변동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역시 주간 리포트를 통해 “현재 평균보다 낮은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 같지 않다”며 “두 후보 중에 누가 이겨도 변동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는 TTP 반대, 중국 환율 조작국 지적 등의 발언으로 ‘무역 전쟁’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낳았다. 하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는 트럼프의 발언이 무역 전쟁을 유발하기보다는 ‘효과없는 위협’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의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류 커닝햄은 “최선의 가정은 트럼프가 무역 공약에 대해 후퇴하는 것”이라며 “만일 트럼프가 공약대로 수행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만큼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커닝햄은 과거 1971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수입 과징금 10% 부과,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일본 수출에 대한 압박 등이 효과를 거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미국이 중국의 철강 산업에 대한 보조금 축소 등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웰스파고 역시 고객들에게 정치 바람에 따라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지 말고 관망하라고 충고했다.

웰스파고는 “두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을 50 대 50”이라며 “선거에 대한 두려움으로 포트폴리오를 크게 바꿔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CNBC는 이번 TV토론에서 최악의 결과는 ‘무승부’라고 지적했다. 치열한 접전이 오는 11월 8일 선거일까지 지속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더리히증권은 “이번 토론은 시장에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아슬아슬한 접전이 지속되면 시장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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