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셈법’에 계속 망설인 野…주도권 놓치며 역풍 위기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이제 박 대통령이 거부할 수 없는 유일한 카드는 사실상 ‘탄핵’뿐이다. 오히려 청와대가 탄핵을 추진하라고까지 ‘선언’할 정도다. 탄핵은 장기전인데다 변수가 많아 야권은 끝까지 주저했고, 그 사이 박 대통령은 야권의 모든 요구를 거부하며 탄핵 정국까지 몰아왔다. 뚜렷한 대안 없이 계속 탄핵마저 미루다간 야권 역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적 위기에서도 정치적 셈법에만 골몰한 야당의 패착이다.

야권은 탄핵에 신중한 입장을 거듭해왔다.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이유다. 최장 6개월이 걸리는 심의 기간이나 새누리당 의원까지 동참해야 하는 국회 통과 절차, 보수적인 헌법재판소의 판결 여부 등이 거론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겪은 ‘탄핵 역풍’도 배경으로 꼽혔다. 


특히나 탄핵이 장기전으로 가게 되면 보수층이 재결집할 시간적 여유를 줄 수 있다는 위기가 팽배했다. 역으로, 박 대통령이 끝까지 2선후퇴를 거부하며 탄핵을 최후의 승부수로 택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는 야권이나 박 대통령 모두 ‘시간이 흐르면 민심이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반한다. 박 대통령은 기대감을, 야권은 불안감을 담고 있다. 박 대통령은 물론, 야권에도 민심을 읽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는 까닭이다.

여론조사 추이에도 야권을 바라보는 민심을 엿볼 수 있다. 21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정의당ㆍ국민의당ㆍ민주당은 각각 전주 대비 1.7%포인트 상승ㆍ1.2%포인트 상승ㆍ1.5%포인트 하락했다. 가장 먼저 탄핵을 주장했던 정의당이 야권 중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고, 국민의당이 그 뒤를, 신중론을 주도한 민주당은 오히려 하락했다.

야권이 이날 일제히 탄핵 절차 검토에 나선 것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국회 추천 총리 역시 청와대가 거부할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청와대에 계속 주도권을 뺏길 수 없는 야권이다. 전날까지 탄핵을 두고 신중론을 펼쳤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 시기ㆍ추진 방안에 대해 즉각 검토하고 탄핵추진검토기구도 설치하겠다”며 “다만 지난한 길을 생각할 때 최선의 방책은 박 대통령이 스스로 사임을 결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국회 차원에선 탄핵을 추진하는 한편, 촛불집회 등과 함께 박 대통령 퇴진 압박은 계속 진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야권에선 오는 26일 대규모 촛불집회를 최종 마지노선으로 잡고, 그 전까지 박 대통령이 거취를 밝히지 않으면 곧바로 탄핵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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