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시점ㆍ통과 여부…‘개헌 빅딜’에 달렸다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개헌과 연결고리’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로드맵의 열쇠로 떠올랐다. ‘탄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여당에서 공개적으로 “조기 탄핵하면 개헌 논의 동력을 잃어버린다”며 야당의 ‘12월 2일 또는 9일 표결 처리’를 거부한 것이다. 여당 내에서도 ‘탄핵-개헌 빅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야당과 협상권을 가진 정진석 원내대표, 비박계 구심점인 김무성 전 대표의 개헌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 관건이다. 두 야당은 탄핵 관철을 위해 개헌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지, 여당의 손을 뿌리칠지를 두고 ‘동상이몽’을 계속하는 모습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5일 의원총회에서 “내달 2일 또는 9일 탄핵안 처리를 답안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다. 헌법재판소가 시간을 끌면 황교안 국무총리 권한대행으로 임기를 마무리하거나, 헌재가 속도를 낼 경우 ‘벼락치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이유에서였지만 속내는 ‘개헌’이었다. 그는 의총 직후 취재진과 만나 “(예정대로) 탄핵이 이뤄지면 개헌은 동력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개헌 작업 없이 12월 2일이나 9일부터 대선 정국으로 돌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페이스북을 통해 “개헌 작업을 대통령 탄핵과 병행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핵과 개헌을 동시에 논의하느냐, 탄핵 이후 개헌을 추진하느냐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비주류도 ‘탄핵-개헌 연결고리’를 주장하고 있다. 비상시국회의를 주도하는 황영철 의원은 25일 회의를 마치고 “새누리당 내에서 탄핵안에 아직 찬성하진 않았지만 개헌 논의가 함께 이뤄질 경우 탄핵에 동참하겠다는 의원들도 있어 저희들이 이런 의견을 (야당에) 전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황 의원이 이날 당내 탄핵 찬성표가 최소 40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누리당 의원총회가 열린 가운데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

김무성 전 대표도 의총 직후 “지금 국정 공백 상태를 장기화할 순 없지 않느냐”며 탄핵 불가피를 주장하면서도 “개헌 특위도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주류 내에서도 ‘개헌 빅딜’을 추진하는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만약 새누리당이 조기 탄핵을 거부하면 26일 광장에 나오는 국민들의 발 아래 깔려 죽을 것”이라며 “(탄핵-개헌 동시 추진 주장이) 아주 많지 않고,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 지금 개헌은 특정 정치 세력의 바람”이라고 일축했다. 김 전 대표와 가깝다고 알려진 김영우 의원도 “탄핵 국면인데 개헌 갖고 돌파하긴 어렵다. 최순실 사태는 개헌과 관계 없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탄핵-개헌 빅딜’을 두고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개헌론을 강하게 반대하지만, 탄핵 관철을 피해 야당의 찬성표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25일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 개편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미 “탄핵 표를 위해 (새누리당에) 구걸하거나 서두르지 않겠다”고 강경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우상호 원내대표 등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국민의당은 탄핵 관철을 위해 여당과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쪽에 가깝다. 우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의 국회 개헌특위 설치 촉구에 대해 “(개헌특위를)12월로 며칠 당겨 설치하는 문제는 충분히 논의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YTN 라디오에서 “악마의 손이라도 잡아야 한다”며 “도와주겠다는 사람을 비난하면 도와주고 싶겠냐”며 ‘여당 회유’를 주장했다. 또 박 위원장은 개헌론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에 대해 “추 대표가 개헌론을 하지 말라지 않느냐. 문 전 대표가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지”라며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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