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냐로 귀결된다. 단순히 낭만적인 좋은 의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 승자독식의 사회임을 파악한 후, 그 속에서 의사가 어떻게 고군분투해야 할지를 묻는다. 냉철한 현실인식이 선행돼 있다.

말하자면 기능적 의사가 아니라 구조적 의사다. 정의로운 의사 한 명은 사회 전체를 정의롭게 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
“가치상실의 시대, 성공 이데올로기에 갇혀 길잃은 사람들.. 실리를 챙길 수 있으면 타인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는 시대, 상처를 자기방어라는 이름으로 외면하는 시대.”
돌담병원 김사부(한석규)에게 배우고 있는 유연석(강동주 역)의 내레이션은 드라마를 깊이 있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원칙이지만, 뭔가 생각해볼만한 묵직한 내용들을 던진다.
‘낭만닥터 김사부’에는 회마다 소제목이 붙어 있다. 19화는 의인(義人)과 의인(醫人)이다. 돌담병원 김사부(한석규)는 “의사가 가장 많이 듣는 원망이 뭔지 아니?“라고 묻고 ”살리지도 못할 거 왜 수술했냐 이고 그 다음은 원래는 괜찮았는데 수술하고 나서 잘못됐다다. 우리들 일이라는 게 사람 살리려고 하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원망과 욕도 같이 들어야 한다. 어쨌든 사람 몸에 칼 대는 일이니까”라고 답한다.
김사부는 신 회장(주현)의 인공심장을 인공심장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성공시킨다. 하지만 본원인 거대병원 도원장(최진호)이 성공적인 인공심장 수술을 거대병원에서 이뤄냈다고 거짓 기사를 뿌린다. 義人과 醫人, 사기꾼이 극명하게 갈리는 지점이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돌담파와 거대파가 대결을 벌이는 형국이다. 단순 기능적 대결이 아니라, 무협지처럼 의로움(가령 무엇을 위해서 칼을 드느냐. 칼잡이나 의사나 칼을 든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이 들어가 있다.
“일하는 방법만 알고 일하는 의미를 모르는데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라는 말이 나오고 오 기자는 김사부와 14년전 후배의사 장연주를 치료하다 죽게 된 사실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김사부는 “(당시는) 비겁했고, 침묵했고, 도망쳤다”고 했고 오 기자는 “이기는 방법을 몰랐던 거고, 변명하고 싶지 않았던 거고, 그게 책임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거죠”라고 답한다.
드라마에서 기자는 거의 나쁜 놈으로 나오는데, 오 기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 때는 진실을 밝히지 못했지만 대리수술명단처럼 진실을 꼭 알아야 될 사람에게 전달했다. 김사부는 “진실을 알면 그걸 세상에 전할 용기는 있고?”라는 질문에 뒤늦게나마 그렇게 화답했다.
강동주의 나레이션은 매회 감동을 선사한다. 18화에서 “김사부가 말했던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저항은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될 일을 해나가는 거라고”라고 했다.
17회(‘moment of truth’)에서는 “팩트가 난무하는 시대. 힘있는 이들의 말이 팩트가 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의 말이 유언비어가 되는 세상. 사실을 사실 답지 못하게 만드는 자기주장과 거짓말들이, 이것이 팩트라며 서로 우기는 그런 세상”이라고나레이션을 한다.
15화에서는 “개성과 능력보다 쓸모와 용도에 따라 사람들을평준화시키고 저울질하는 세상. 메뉴얼대로 생산된 엘리트라는 집단과 그 집단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줄 아는 사람들의 세상”, 13화(needs의 시대)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걸 깨닫기도전에 세상이 원하는 규격에 맞춰 살아가도록 강요되는 시대. 그래서 덧붙여지고 부풀려지고. 결국 다른 사람들의 노력까지좌절시켜야 하는 세상이 됐느니…”라고 했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거대병원과 돌담병원의 대결구도가 단순의학드라마처럼 보이고, 자극적인 느낌이 날 수도 있지만, 현실을 인식하고, 세상의 문제를 바꿔나가는 내레이션 내용과 합쳐지면서 무게를 더하게 한다.
이제는 의사의 신념이니 사명이니 하는 소리는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정서적인 몰입도를 높였다. 돌담 어벤저스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