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래퍼’와 ‘너목보’는 편성됐지만, 프듀 시즌3는 아직 백지 상태다. 지난 4개월 동안 잠을 잘 자지 못한 그가 좀 더 쉬어야 새로운 게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프듀’ 시즌2는 큰 화제성을 몰고왔다.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되새겨볼만한 게 많다. 안준영 PD로부터 중요한 사안들을 물어보고 되짚어봤다.
우선 ‘픽‘(pick) 제도다. 시청자들은 만나기만 하면 “너 고정픽은 누구냐”라고 물어보는 등 급속한 팬덤 현상이 나타났다. 1인 다(多)픽제 하에서 온갖 종류의 ‘픽’들이 나돌았다. 시즌1에서는 없는 현상이었다. 투표수만도 시즌1의 3배에 달했다.
“1인11픽이라는 것은, 좋아하는 친구가 101명중에 있지만, 그 친구만이 아니라 나머지 친구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의미에서 나온 제도다. 사람들은 한 명을 밀면서도 나머지 친구에게도 관심을 가진다. 투표를 하면 아무나 찍지 않는다. 11명 띄우기가 아니고, 좀 더 많은 애들이 부각됐으면 했다. 부모님들은 자제들중에서 누굴 더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픽 제도 마련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안준영 PD는 ‘픽‘ 제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그는 피디픽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피디 한 사람이 의도를 가지고 만들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픽에 대한 관심과 열기, 픽 제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오해가 이어지면서 많은 생각을 한 것 같았다.
”고정픽이라는 단어는 시즌1때 이미 썼다. 그런데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고정픽이 확장돼 여러 픽이 나왔다. 견제픽은 시즌1에는 없었다. 방송에도 견제픽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안 PD는 ‘프로듀스101’ 제작을 위해 아이돌 공부는 물론이고 일본 아이돌 AKB48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했다.
“제작진이 만드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국프(국민프로듀서)와 함께 만드는 프로여서 ‘픽’에 대한 얘기가 많이 거론됐다. 시즌1에서는 AKB48 논란을 예상했다. 카피했다는 말을 듣기 싫었다. 그것과는 다르게 가기 위해 아이돌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아이돌에 대해 깨달은 것 중 하나가 남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걸그룹은 데뷔 첫곡이 중요하다. EXID등 몇몇 예외가 있지만 후속곡이 잘된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보이그룹은 데뷔곡이 터진 경우가 거의 없다. 시즌2에서 지난해 신인 데뷔곡을 평가곡(미션곡)으로 다룬 것도 그 일환이었다.”
다양한 ‘픽‘ 제도 등으로 인해 투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예상외의 성적도 나왔다.
“워너원에 포함되지 못한 참가자중 김종현은 남자들도 좋아했다. 리더십이 있었다. ‘네버’ 무대에서 양보를 많이 했다. 정세운는 본 투 비 여유다. 사무엘은 조회수는 높았는데 투표수가 약했다.사무엘의 춤선은 독보적이었다. 그 느낌은 한국사람에게 찾기 힘들었다. 초반 인기는 최고였지만 갈수록 성적이 하락했던 장문복은 남성들의 지지가 많았다. 투표 남녀 비율을 보면 여자가 압도적이다. 남자들른 마음으로 응원하고 실행에 옮기는 게 여성보다 덜하다.“
안영준 PD의 연출 스타일은 사람 냄새나는 휴먼 다큐형이다. 그러면서 성장 스토리를 많이 담는다.
“사람을 좋아하고, 주변 이야기들이 좋다. 후배와 안맞아 토론을 하는 경우도 많다. ‘프듀’ 시즌2에서 참가자들이 의견을 내는 것은 가족이나 회사내에서도 있는 케이스다.”
안 PD가 조별 평가에서 참가자들이 센터를 정하고 파트를 배분하는데 토론도 하지만, 싸우기도 하는 모습을 그대로 담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냥 파트를 정해 선생님에게 가르침 받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연습과정의 디테일을 담아야 한다. 잘 하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하는 것, 그것이 의미없는 토론이라면 방송에 안내보냈겠지만, 그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전의 아이돌이 주입식, 만들어주면 입는 사람이었다면, 이제는 본인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걸 표현하고 싶었다.”
안 PD는 ‘프듀‘에 참가한 모든 연습생에 대한 애착이 있다. 하지만 특히 기억에 남아있는 일도 있다. 가령, 주학년이 마지막 무대가 끝나고 “피디님 저 한번도 안 틀렸어요”라고 말한 것, 그래서 주학년을 꼭 안아주며 “앞으로도 많이 성장하고 잘 될 거다”라고 말해 준 것이다.
여자 연습생에 비해 남자 연습생은 숫적으로 적다. 안 PD가 참가자를 찾으러 기획사를 다녔는데,
큐브엔터테엔먼트에서는 펜타곤이 이미 데뷔해 남자연습생이 적었다. 그렇게 해서 병아리 연습생 유선호와 라이관린을 겨우 참가시킬 수 있었다. 이들 두 사람은 실력도 중요했지만 잠재된 매력이 보였다. 이들이 국프에 의해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을 본 안 PD의 마음 또한 뿌듯했을 것이다.
또 워너원(Wanna One)에 뽑히지 못한 김종현과 정세운이 생방이 끝나고 마치 자기 일처럼 축하해주는 걸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피디에게도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같은 꿈을 꾸고, 이 일을 하면서 평생 동료가 될 사람들속에서 느껴진 아름다운 광격이었다.
안 PD는 또 언젠가는 정세운과 개인연습생 김재환의 듀엣 무대를 꼭 보고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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