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경영 ‘시계제로’] “새 정부 정책기조 확인부터”…5대그룹 총수 ‘은둔 모드’

최태원 회장만 활발한 활동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이 본격화하자 주요 재벌그룹 총수들이 대부분 대외활동을 자제하면서 정부의 정책 기조를 확인하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분간은 재벌 개혁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정부의 정책 기조를 확인하며 이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5월 10일 이후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총수는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경영관련 공식 일정이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3년 이상 병상에 누워있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총수 역할을 맡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 수감되면서 본인 의지와는 관계없이 대외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래전략실 해체로 외부 공식행사에는 전문경영인인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과 이인용 사장, 주은기 부사장 등이 대신하고 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도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공식 석상에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다. 마지막 공식 일정은 작년 12월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청문회 출석이었다. 회사 측은 “정의선 부회장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국내외 실적 부진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LG 구본무 회장도 지난 3월초 서울 양재동 LG전자 서초 R&D캠퍼스에서 열린 ‘연구개발 성과회’에 참석한 게 마지막 공개 일정이었다. 문 대통령의 방미 경제인단에도 구본준 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이달 초 일본에서 투자설명회를 갖는 등 비교적 적극적으로 대외활동에 나서고 있으나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으면서 역시 험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나마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5대 재벌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대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5월 26일 중국 ‘상하이 포럼’ 참석을 시작으로, 6월 19일 ‘2017 확대경영회의’ 주재, 6월 23일 ‘2017 사회적기업 국제포럼’ 기조연설, 7월 9일 중국 톈진(天津) 방문 등 바쁜 일정을 이어갔다.

최 회장은 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 일정에 주요 4대 그룹 총수로는 유일하게 참여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새 정부 초반에 몸을 낮춘 채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일단 지켜보려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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