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다른 배우역할만 세번째…이준에게 ‘안중희’는 인생 캐릭터

종영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연기 호평

배우 이준(29·사진)은 KBS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외로운 유년기를 보낸 스타 안중희를 섬세하게 연기했다.

이준은 캐릭터의 다양한 감성을 잘 풀어냈다. 슬픔과 무거움, 가벼움, 코믹함 등 여러가지가 적절히 어우러지면서 ‘인생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그는 극중 유난히 배우 역을 자주 맡았다.

“배우 역할을 3번 했다.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서는 연기 열정이 많은 배우, 영화 ‘럭키’에서는 직업배우였지만 의욕이 없는 배우, 이번에는 아이돌 출신 안하무인 배우였다. 직업 설정만 같지 스토리는 전혀 다른 캐릭터였다. 온전히 배우를 연기한 것은 ‘배우는 배우다’뿐이었다. ‘아버지가 이상해’는 배우였지만 아버지 등 가족 관계가 중심 스토리였다.”


이준은 이정선 작가가 쓴 이 드라마의 대본에 흥미를 느꼈다. 초반의 모든 신, 별 의미없을 것 같은 신들도 중후반에 모두 연결됐다는 것.

“무거워졌다가 가벼워지고 강약고저의 변화가 흥미로웠다. 초반 안중희 캐릭터는 날라다니다가 목소리가 점점 저음으로 바뀌어갔다. 의상도 처음에는 클립이 20개나 있고 신발에 거울이 달린, 밝고 유쾌했지만 점점 변해갔다. 초반에는 튄다느니, 공감이 안간다는 욕도 먹었지만 대본의 텍스트가 주는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소신있게 대본대로 밀고나갔다. 후반 감정이 폭발할 때는 당황하기도 했지만 1회부터 52회까지 설계가 참 잘돼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준은 김영철, 김해숙, 이유리 등 대선배들과 주고받는 대사가 많았다. 이들과의 연기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김영철, 김해숙, 이유리 세분은 무서웠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너무 따뜻했다. 김영철 선생님은 내 팬이라고 했다. 제가 김 선생님이 가지고 오신 수박과 참외를 던지는 신이 있었는데, 정말 하기 힘들었다. 나오지도 않는 아이를 복도에서 며칠간 기다리다가 ‘중희가 무슨 일 있었어’라고 하시는 눈빛이 너무 착하고 슬펐다. 김해숙 선생님은 첫날부터 저와 붙는 신이 많았지만 ‘너 마음대로 다해라’라며 제 감정을 펼칠 수 있게 도와주셨다. 그 분들 기준에서 볼때 제가 얼마나 연기를 못했겠나? 그 분들은 기다려주시고 제가 편하게 찍을 수 있게 해주셨다. 이유리 선배는 예능에서 저의 밝고 업돼 있는 모습을 기억하시고, ‘나에게 반말해. 나에게 인사를 왜 해’라고 하셨다.”

이준은 멜로를 찍은 정소민이 대사를 잘 받아주고, 짜지 않는 듯한 연기가 좋았다고 했다. 연기적으로는 서로 비슷한 면이 많아 합이 잘 맞았다고 했다.

이준에게 실제로 효자냐고 물어보니 “효자인지를 잘 모르겠지만 집안은 화목하다”고 답했다. 이준은 “이번 주말극의 인기로 외할머니가 가장 좋아하신다”면서 “그게 인기 체감이다”고 했다.

그는 이번 드라마로 팬클럽 회원이 2배로 늘어났다. 그의 팬층은 10대는 별로 없고 50대까지 광범위하다. “왜 그런가”하고 물어봤더니 “하얀 꽃미남 스타일이 아니고, 섹시미가 있어서라고 남들이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보다 조금 나은 연기를 보여주자”가 모토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삶의 방향을 잘 잡고 있는 듯하다. 인터뷰도 크게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왠지 끌린다.

이준은 10월중 멕시코, 일본, 한국에서 팬미팅을 연다. 멕시코에서 팬미팅을 하는 건 이례적이다. 과거 아이돌 그룹 엠블렉 활동 덕분이다. 당시 남미팬중에는 이준이라고 한글을 팔에 문신으로 새긴 여성들이 많았다. 오는 10월 24일 육군 현역 입대하는 그는 “잊혀질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고, 잊혀진다면 잊혀지면 된다”고 쿨하게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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