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배우’ 김주혁의 진가가 증명됐다. 지난 26일,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탐사보도 팀의 이야기를 다룬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이 종영했다.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은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세련되게 다루고, 현실 속 상황과 오버랩 되어 방영 내내 많은 시청자들에게 회자됐다.
김주혁은 이러한 이야기 중심에 있는 아르곤 수장 김백진 역을 맡아 많은 주목을 받았다. 김백진은 다른 무엇보다도 팩트만을 중시, 진짜 기자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까다롭고 높은 뉴스 판단 기준, 정직한 보도에 관한 집념, 겉으로는 냉정하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팀원들을 보듬어주는 리더의 자세까지 워너비 기자의 표상이었다.
‘아르곤’의 마지막 방송에서는 그런 김백진이 충격적인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르곤 팀은 3년 전 김백진이 아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던 감정에 북 받혀 팩트를 체크하지 않은 채 보도한 내용들이 미드타운 인허가 비리의 토대가 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이러한 사실은 아르곤의 존폐는 물론 김백진이 그 동안 쌓아왔던 기자로서의 명예 역시 한 번에 추락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이에 방송국은 김백진의 정정 보도를 못하게 막고 그대로 비리 기사를 묻히게 만들었다. 아르곤 팀이 다른 언론사에 제보해도 기사 한 줄 나지 않았고, 그들은 그렇게 현실에 벽에 부딪혀 실패하는 듯 했다. 그러나 김백진은 ‘언론인상’을 수상하는 날 소감을 통해 미드타운 인허가 비리의 전말을 밝히고 자신의 과거 오보를 고백했다.
“나를 해친 기사라고 덮어버리면 나 역시 망가진 시스템의 일부가 될 것이다.”
“잘못된 사실(보도)을 바로 잡는 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사실에 근거한 진실을 보도하는 게 우리 책임이다. 그 책임을 올바르게 수행하지 못한 저는 이 상을 받을 수 없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진실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김백진의 마지막 선택은 끝까지 시청자들에게 울림과 감동마저 선사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기자로서의 사명을 끝까지 다한 김백진에게 뜨거운 호응을 보내줬다.
또한 이를 연기한 김주혁에게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김주혁은 수상 소감 씬의 긴 대사와 감정을 온전히 김백진과 물아일체 되어 쏟아냈고,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긴 탄성이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김주혁에 대한 재평가가 안팎에서 이뤄지고 있다.
시청자들 역시 ‘아르곤’이 방영되는 내내 “섹시하다” “이렇게 연기를 잘하다니” “구탱이형 생각도 안남” “배우는 역시 다르다” 등의 뜨거운 반응을 보여왔던 것. 김주혁의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연기와 그가 갖고 있는 어른 매력은 ‘아르곤’이 발견한 보물이다.
늘 새로운 캐릭터를 자신만의 매력으로 소화해내는 김주혁의 감각은 ‘아르곤’을 통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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