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검법남녀’가 성공한 이유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기대감이 크지 않았던 MBC ‘검법남녀’가 예상외의 성공을 거뒀다. 여기에는 트렌드를 읽지 못한 SBS ‘기름진 멜로’의 예상 외 부진이 한몫했지만, ‘검법남녀‘ 자체 콘텐츠 디테일이 성공한 요인이다.

영리한 기획과 철저한 취재에 바탕한 극적 구성이 따라주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민지은 작가의 남편이 실제로 법의관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드라마 집필을 위해 철저하게 취재했다고 한다.

‘검법남녀’는 한마디로 세다. 그것이 시청자를 몰입하게 했다. 무덤에서 시신을 꺼내 해부하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니, 무섭기도 하면서 집중도가 저절로 올라간다.

정재영이 연기한 백범(‘빡범’으로 발음한다. 빡친 호랑이 라는 뜻)은 잠시 쉬는 시간 부검대 위에 누워 잠을 잔다. 하지만 그는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소신을 지니며 시신에만 집중하는 엘리트 법의관이다. 그가 가장 자주 쓰는 말인 “소설 쓰지 마”는 얼마나 부검에 공을 들이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정재영은 독설과 사회성 제로에 기행(奇行) 같지만 장르물에 최적화된 캐릭터로 만들었다. 붕 떠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정재영은 극의 중심에서 완벽주의자이자 까칠한 법의관 백범으로 완벽하게 분해 사건 현장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보이며 화면을 장악했다. 그의 존재감이 너무 세, 발음이 어색해 감정이 덜 실리는 정유미(초임검사 은솔 역)의 발연기조차도 누그러뜨러준다.

그동안 ‘검법남녀’는 매회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들을 통해 시청자들의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특히 국과수와 검사, 경찰이 사건을 위해 한 순간도 쉬지 못하고 진실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함께 리얼리티를 그대로 반영한 안타까운 사건들로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공분을 사는 등 한 장면도 놓칠 수 없는 전개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첫 회부터 보는 이들의 공분을 샀던 재벌 3세 오만상(김도현)이 얽힌 또 다른 사건과 법의관 백범(정재영 분)의 10년 전 약혼자와 관련된 진실을 풀어나가며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한편, 17일 방송된 ‘검법남녀’ 최종회는 법의관 백범과 검사 은솔(정유미 분)의 첫 공조 사건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재벌 3세 오만상(김도현)이 얽힌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며 시작을 알렸다. 이어 오만상을 위해 일했던 여 변호사는 오만상과 얽힌 사연을 폭로하려다 다음날 주검으로 발견된다. 이 사건을 맡게 된 검사 은솔(정유미 분)은 부장검사 노한신(안석환 분)으로부터 검사 도지한(오만석 분)이 앞으로 오만상의 사건을 조사한다는 것을 듣게 된다. 이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못한 은솔을 본 도지한은 그녀와 함께 수사할 수 있도록 노한신을 설득한다.

반면 백범은 여 변호사를 부검한 법의관 마도남의 서류에서 이상한 점을 눈치채게 되고 약학박사 스텔라 황(스테파니 리 분)의 도움으로 여 변호사의 죽음이 불산에 의한 타살임을 밝힌다. 이 사실을 알게된 형사 차수호(이이경 분)는 검사 은솔, 검사 도지한과 함께 진실을 파헤치다 사건의 진짜 배후가 오만상 임을 밝혀내 그를 긴급 체포하러 간다. 하지만 이미 자리를 비운 오만상은 후에 교통사고로 뼈만 남은 채 백범의 부검대 위로 올라오게 되고 그의 최후는 이렇게 끝이 난다.

또한 법의관 백범은 강현(박은석 분)의 도움으로 자신의 아버지인 백호철과 함께 사고로 식물인간상태로 누워있는 약혼자 한소희를 만나게 된다. 이후 백범은 모든 진실을 듣기 위해 교도소에 있는 이혜성(윤지민 분)을 찾아가 한소희의 뱃속에 있던 아이가 백범 자신의 아이였다는 것과 그간 두 사람의 배신이 자신을 위한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 기적적으로 식물인간이었던 한소희가 눈을 뜨게 되자 백범은 그녀와 마주하며 그 동안 잊었던 당시 교통사고 기억을 찾게 된다. 그 당시 사랑했던 약혼자와 절친의 배신에 죽고 싶었던 끔찍한 순간과 함께 묵묵히 옆에서 모든 것을 받아 들이듯 앉아있던 그녀를 떠올린 백범은 그녀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게 되고 한소희는 백범을 보며 모든 것을 이해하고 용서한 채 그의 곁에서 눈을 감게 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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