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말 한마디에…이스라엘, 美민주 오마르·틀라입 의원 입국 불허

 

미국 민주당 소속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오른쪽)과 라시다 틀라입 하원의원. [EPA=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이스라엘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미국 민주당의 무슬림 여성 하원의원 2명의 입국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국 불허를 촉구하는 트윗을 올린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온 결정이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눈치보기성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 정부는 15일(현지시간) 미 민주당 소속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과 라시다 틀라입 하원의원의 입국을 불허하기로 했다고 예루살렘포스트,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아르예 데리 이스라엘 내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네타냐후 총리 등과 협의해 틀라입 의원과 오마르 의원의 이스라엘 방문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스라엘 보이콧’ 활동을 이유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틀라입과 오마르는 미국 의회에서 이스라엘 보이콧을 부추기는 주요 운동가들”이라며 두 의원이 이스라엘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운동을 벌일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두 의원의 입국 불허를 압박하는 트윗을 올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오마르 의원과 틀라입 의원의 방문을 허용한다면 엄청난 취약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들은 이스라엘과 모든 유대인을 증오하고, 그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은 없다”고 공격했다.

오마르 의원과 틀라입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등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퍼부은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 의원 ’4인방’에 포함된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행보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비난해왔다.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을 방문할 예정이던 두 의원은 기독교와 이슬람 모두에 성지로 여겨지는 템플마운트(성전산) 등을 찾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 운동가들을 만나는 등의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었다.

로이터통신은 당초 이스라엘 당국이 이들의 방문을 허용하려 했으나 네타냐후 총리가 이날 내각 및 참모 회의를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 때문에 결정이 바뀐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당초 선출된 미국 관리 등을 이스라엘 보이콧 관련 입국 제한에서 제외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여권에 “이 문서의 소지자가 어떤 지체나 방해 없이 통과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명시돼 있는 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미국 정부의 일원의 외국 입국 불허를 종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의회가 2017년 이스라엘에 대해 경제, 문화, 학문 영역 등에서 보이콧 운동을 하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법안을 채택한 이후 지금까지 이스라엘 정부가 입국을 불허한 외국인은 14명이다.

하지만 미국 의회 의원들이 입국 금지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결정에 당사자는 물론 이스라엘에 대한 우호적 입장을 견지해온 미국 민주당 지도부와 공화당 일부도 반발했다.

오마르 의원은 “이스라엘의 조치는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모욕”이라며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처럼 이슬람혐오주의를 지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지도부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성명을 내고 지난달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가 입국 불허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슬픈 번복이고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이스라엘 정부가 불허 결정을 번복하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이스라엘의 결정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 및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내 지지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하며 미 정치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인 로비 단체인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와 보수적인 공화당 의원들조차 우려를 표했다.

AIPAC는 “이스라엘을 보이콧하는 운동에 대한 두 의원의 지지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미국 의회의 모든 구성원은 이스라엘을 직접 방문하고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공화당 소속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두 의원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긴 하지만 그들의 이스라엘 입국을 불허하는 것은 실수”라며 “입국 금지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들이 줄곧 원하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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