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리성 방화범은 한국인”…일본 누리꾼에 번지는 ‘혐한 가짜뉴스’

일본 내 극우 ‘혐한’ 내세워 인터넷에 루머 퍼트려

일본 언론들 ‘사실 아니다’ 적극 진화에도 확산 중

 

지난 31일 일본 한 SNS에 올라온 ‘슈리성 한국인 방화설’ 관련 글. 이 같은 혐한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인터넷 글 캡처]
지난달 31일 일본 오키나와 슈리성에 큰 불이 나 전소됐다. [게티이미지=헤럴드경제 특약]

[헤럴드경제=조현아 기자] 지난 31일 새벽 일본 오키나와 슈리성(首里城)에 큰불이 나 성 전체가 전소된 가운데,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불을 지른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루머가 퍼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최근 경제보복과 불매운동 등 한국과 일본 사이 틀어진 감정싸움이 모든 문제를 한국 탓으로 돌리려는 일본인들의 ‘혐한’ 프레임에 덧입혀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1일 마이니치 등 일본 언론들은 ‘슈리성 화재’ 관련 잘못된 소문이 인터넷에 속수무책으로 퍼지고 있다고 보도하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전했다.

처음엔 일본 일부 극우 사이트를 중심으로 돌던 루머가 점차 재생산되며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에 빠르게 퍼지고 있어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언론이 나서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일 일본 인터넷에 ‘슈리성’을 치면 연관어로 한국인이 함께 올라온다. [인터넷 캡처]

일본 누리꾼은 슈리성 화재가 “재일 조선인이 한 일” “중국인이나 한국인이 불을 질렀다” 등의 주장을 쏟아내고 있으며 실제로 인터넷에서 ‘슈리성 화재’를 치면 ‘한국인’이 연관어로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화재 때도 일본 누리꾼 사이에 “방화는 한국인의 습성”이라는 유언비어가 퍼진 바 있다.

지난달 31일 일본 오키나와 슈리성에 큰 불이 나 전소됐다. 위 사진은 화재 후, 아래 사진은 화재 전 슈리성 모습이다. [게티이미지]

한편 지난 31일 새벽 2시40분께 오키나와 나하에 있는 슈리성터 내 정전에서 시작된 불은 주요 목조 건물들로 옮겨붙어 7개 건물을 전소시키고 약 11시간 만에 완전 진화됐다.

당시 슈리성에서 류큐 왕국 시대의 의식을 재현하는 ‘슈리성 축제’가 열리고 있었고 불이 난 새벽에도 축제 준비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지지만 인명 피해를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히 불탄 슈리성은 일본 국보로, 500년 전 류큐 왕국 시대에 지어진 가장 큰 목조 건축물이다. 건축 당시 일본에 정복당한 오키나와 원주민들에게는 그들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역사의 상징이기도 하다. ‘오키나와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전에도 이곳은 불탄 적이 있다. 태평양전쟁 중에 소실됐다가 지난 1992년부터 복원돼 2000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갑작스러운 슈리성 전소에 일본인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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