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전 닛산 회장, 탈출극 직전 할리우드 제작자 만나…인터폴은 적색수배 요청

곤 전 회장, 오스카상 수상 제작자에게 자신 이야기 묘사

일본 사법 체계를 악당으로, 자신을 투쟁 영웅으로 생각

패소 확률 99% 판단 속에 충격적 탈출극 단행했을 수도

적색수배 내렸지만, 일본 송환 가능성 낮아…8일 기자회견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최근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탈출극을 펼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카를로스 곤(65)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이 탈출 직전에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를 만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전했다. 횡령과 배임 혐의로 자신을 감옥에 보내려는 일본의 사법체계를 악당으로 묘사하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려고 했다는 지적이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르노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4월 보석으로 석방된 이후 탈출극을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4월 25일 곤 전 회장이 도쿄 구치소에서 나오는 모습. [AP=헤럴드경제]

NYT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곤 전 회장은 2014년 오스카 상을 받은 마이클 키튼 감독의 영화 ‘버드맨’을 제작한 할리우드 제작자 존 레셔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곤 전 회장이 직접 목격한 일본 검찰의 부당한 수감과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투쟁을 자세히 설명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후 관련 이야기는 진전되지 않았지만, 곤 전 회장이 탈출극을 펼치기 전에 충격적인 이야기를 구상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꼽히고 있다.

곤 전 회장의 탈출극 이면에는 올해 하반기 예상되는 재판에서 패소할 확률이 99%라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곤 전 회장은 일본 사법 시스템과 싸워서 이긴 사례를 연구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일본 사법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인 저널리스트 제이크 아델슈타인의 조언을 듣기도 했다.

당시 아델슈타인은 곤 전 회장에게 “일본 검사는 정의구현에 대한 생각보다 이기는 것에 관심이 더 많다”며, “최선의 시나리오는 선고를 늦추는 것이고, 최악의 케이스는 남은 삶을 일본에서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처럼 재판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속에 헐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탈출극을 상상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NYT는 곤 전 회장의 탈출극에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스릴러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도망자를 태운 전용 비행기, 다수의 여권, 권력자들의 관계 부인 등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제형사기구(인터폴)는 레바논으로 탈출한 곤 전 회장에 적색 수배령을 내렸으며, 알베르트 세르한 법무장관은 2일 인터폴의 적색 수배 요청에 따라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2일(현지시간) 카를로스 곤 전 닛산·르노 회장이 소유한 것으로 확인된 레바논 베이루트에 위치한 집 근처에 미디어 관계자들이 모여 있다.[EPA=헤럴드경제]

하지만 세르한 장관은 레바논과 일본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언급함에 따라 곤 전 회장이 레바논 검찰에 체포되더라도 일본에 넘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곤 전 회장이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을 만나 자신의 법적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아운 대통령은 해당 사실을 부인했다.

곤 전 회장은 오는 8일께 레바논에서 자신의 결백과 함께 일본 사법제도에 대해 비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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