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칢과 부드러움·평면과 입체…그 이율배반의 이중주

갤러리수, 신현정 개인전 '우리 안의 공기' 전시전경 [사진제공=갤러리수]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캔버스, 린넨, 면, 데님, 실크 등 다양한 패브릭이 조합하며 면을 나눈다. 꿰매고 붙여 형상을 만들고, 그 위에 스프레이나 수채 등 회화적 터치가 더해진다. 거칠고 두꺼운 패브릭과 한없이 얇고 부드러운 실크가 만나 이율배반적 촉각을 표현한다.

회화의 경계를 넓히는 작가 신현정의 개인전이 '우리 안의 공기'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 수에서 열린다. 작가는 견고하고 튼튼해 남성성을 연상시키는 양복천과 데님 위에 부드럽고 섬세한 실크를 조합해 마치 화면 속 공기의 흐름을 그려내는 듯한 효과를 만든다. 전시장 가운데 설치된 '행성의 앞면과 뒷면-운동성, 이온, 파도'(2019)는 특히 염색한 실크 천에 데님 바지통을 팔다리처럼 붙였다. 관객들이 작품 사이를 걸어가면 공기의 흐름에 천이 흔들리며 독특한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작가는 "나에게 회화란 평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품는 것"이라며 "관객과 작품이 상호작용 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완벽한 화이트큐브를 만들기 위해 가려졌던 창문도 다시 그 존재를 드러냈다. 여름을 맞은 삼청동의 푸른 경치가 실크 작업과 함께 어우러진다. '나' 혹은 '작품', '갤러리'라는 경계를 넘어 확장되는 지점이다. 전시 제목인 '우리 안의 공기'는 이렇게 외부로 조용히 확장한다.

전시장 3층에 자리한 '날씨회화'는 지난 2016년 작업이다. 작가는 그날 그날 대기의 상태와 본인의 감각에 어울리는 스프레이 색을 정하고 이를 캔버스 틀에 스프레이를 뿌렸다. 일부가 우연히 캔버스 앞 면에 스며들어 아련하고도 부드러운 효과를 낸다. 즉흥적이고 유동적인 결과물 들이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한 지금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전시는 7월 26일까지 이어진다.

vicky@heraldcorp.com

신현정, 〈행성의 앞면과 뒷면—운동성, 이온, 파도〉, 데님, 실크, 염료, 실크사, 게토레이, 아크릴, 환타, 스프레이 110x720cm, 2019 [사진제공=갤러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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