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괜’ 작가 “강태,상태,문영 세 캐릭터는 유기적으로 얽힌 거대한 하나의 캐릭터”

-“이번 드라마 준비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 할애한 취재 대상은 자폐아의 형제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난 9일 종영한 tvN 휴먼멜로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올해 또 한편의 수작이다. 인간 내면의 고찰하는 작가의 화법이 돋보였다. 조용 작가는 드라마 집필 경력이 많지 않지만 본인의 경험담과 취재기, 상상력을 잘 섞어 스토리로 풀어내는 능력이 만만치 않다. 짧게 정리하면 그의 글은 힘이 있고, 따뜻하며 공감을 자아낸다. 다음은 조용 작가와의 일문일답 인터뷰.

▶조금 이상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좀 더 디테일한 메시지를 알 수 있을까요?

=아무리 감정이 없는 사람도 ‘외로움’은 느낀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외로움을 채워줄 온기를 찾아 더듬는 게 인간의 본능이라면, 위로워서.. 치유 받고 싶어서..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어서.. 저마다의 이유로 온기를 찾아 힘겹게 뻗어오는 그 손을 부디 외면하지 말고 잡아주시길..

우리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서로의 온기를 통해 치유 받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 점에서 가장 명쾌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사람은 문상태(오정세)였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가장 보호받아야 될 인물처럼 보였던 상태가 타인을 포용하는 고길동 같은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강태(김수현)의 ‘헌신’과 문영(서예지)의 ‘공감’이 있었습니다. 강태가 가면을 벗고 진짜 자신의 자아를 찾아 ‘문강태는 문강태 꺼’라고 형에게 눈물로 고백하기까지 형의 ‘포용’과 문영의 ‘자극’이 있었고.. 문영이 잃어버린 감정을 되찾고 타인을 배려하기까지는 강태의 굳건한 ‘사랑’과 상태의 ‘순수함’이 버티고 있었기에 모든 게 가능했습니다.

결국 세 캐릭터는 유기적으로 얽히고설킨 거대한 하나의 캐릭터였고. 어른으로 성장한 그 하나의 캐릭터가 세상에 대고 외치고 목소리가 ‘안 괜찮아도 괜찮아. 너는 너대로 충분히 괜찮으니까!’ 였습니다.

▶인간 내면을 고찰하는 방법이 돋보였습니다. 동화를 비튼다거나 하는. 동화는 환각제가 아니라 각성제라고 했는데, 동화를 활용하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한 것인가요?

=동화 속 내용은… 문영이라는 캐릭터와 깊이 연계돼 있습니다. ‘너는 곧 나다’ ‘너는 완벽한 창작품이다’ ‘엄마 말에 순종해야 착한 딸이다’ ‘너는 괴물이니 혼자 살아야 한다’ … 딸을 또 다른 자신으로 만들려던 엄마의 정서적 학대 때문에 반사회적 인격성향을 지니게 된 문영. 그 아이가 이 세상에 대고 ‘나 좀 살려주세요. 나 좀 구해주세요. 더 이상 나와 같은 아이가 나오지 않게 어른들이 도와주세요’ 라고 외치는 소리가 〈동화〉였습니다.

그 표현방식이 다소 거칠기는 했지만 그건 한 아이의 간절한 외침이었고 잘못된 어른들을 향한 호소였습니다. 문영이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부터 이 아이의 숨구멍이자 소통창구로 동화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문영이와 같은 아픔을 가진 자들만이 동화 속에 담긴 그 진짜 메시지를 발견해 스스로 치유해가는 방식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특히 고문영 캐릭터는 압권이었습니다. 기존의 ‘센 캐릭터’하고는 완전히 달랐는데요 ‘나랑 잘래’를 서슴없이 말하고, 강태와 라커룸 장면은 논란도 있었는데요. 그렇게 표현했던 이유가 있었나요? 고문영은 어떤 사람이고, 이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 궁금합니다.

=문영이는 어른의 진짜 ‘사랑’과 제대로 된 ‘보호’를 받고 자라지 못해 애정에 굶주려있는 어린 애로.. 성장이 멈춰있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래서 남을 위한 ‘배려’가 무엇인지 ‘호감’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 표현 방식도 무척 서툴고 일차원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문영이의 ‘본능에 충실한’ 부분이 강태의 가면을 벗게 해주었고, 가면이 벗겨진 강태가 문영에게 ‘인내와 사랑’의 감정을 심어주게 되면서 서로가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문영과 강태의 상처, 이들의 아픔은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강태 엄마가 강태에게 “형 잘 돌봐야해” 여기까지 하는 건 당연한 거지만, “그러려고 너 낳았어”는 상처를 주는 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대사는 작가님의 어떤 문제의식에서 기인한 것일까요?

=이번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한 취재 대상은 자폐아의 형제들이었습니다. 자폐 형제를 둔 언니 오빠 동생들의 이야기… 그리고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사회적 기업 대표님께서 추천해주신 책들… 가장 가깝게는 자폐아를 기르는 제 친구의 자녀들과의 만남… 그런 만남들을 통해 ‘우리 엄마가 자기 죽고 나면 오빠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서 나를 낳았나보다- 애초에 나는 그런 목적으로 세상에 나온 아이인가 보다-’라는 생각으로 살아온 형제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런 이유로 20년 넘게 엄마를 원망하다가 정작 자기가 부모가 돼 보니 그때 엄마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를 저절로 깨닫게 되면서 펑펑 울었다는 고백이 큰 울림으로 남아있었습니다. 태어남의 이유가 어찌 되었건 ‘나를 아픈 오빠만큼이나 애틋해하고 사랑했구나’의 깨달음이었다고 했습니다.

‘엄마도 진짜 힘들었을 텐데.. 그땐 몰라서 미안해.’ 엄마 묘소 앞에서 그렇게 화해의 말을 건넸다며 눈물짓던 어느 분의 모습을 강태에게 그대로 투영시켰습니다. ‘오해’가 ‘화해’로 가기까지 참 많은 원망의 세월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말 한마디에 상처를 입듯.. 말 한마디로 화해가 가능하다는 걸, 그들을 취재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 보고 싶다..” 라는 말로 엄마와 화해하게 된 강태의 오랜 목줄이 끊겼고. 마지막 회에서 상태가 “너는 나를 지키라고 태어난 게 아니야.. 너는 니꺼고 나는 내꺼야..” 라는 대사를 통해 비로소 강태가 완전한 자유를 얻어 봄의 들판을 맘껏 뛰어다닐 수 있게 만들어주고자 했습니다.

▶위선자, 외로움과 같은 말은 상황속에서 튀어나오니 힘이 더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작법 스타일을 하나 공개한다면요?

=작법스타일 같은 건 없습니다. ^^;;; 그냥 제 평상시 말투가 대사에 그대로 옮겨지는 거 같습니다. 제가 만든 캐릭터들의 대사가 거의 다 제 말투입니다. 

▶마지막 동화의 결말은 ‘결국 그림자 마녀가 훔쳐간 것은 이 세 사람의 진짜 얼굴이 아니라 행복을 찾으려는 용기였답니다”였는데 이 대사를 마지막에 넣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인공의 공통된 결핍은 어떤 변화에 도전해보려는 ‘용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도망자의 삶에서 벗어나려던 용기가 없던 강태. 타인을 이해해보려던 용기가 없던 문영. 과거의 트라우마와 마주볼 용기가 없던 상태. 그런 세 사람이 각자 잃어버린 용기를 찾자 비로소 행복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마지막 동화로 장식하고 싶었습니다.

▶‘저글러스’와 ‘옥란면옥’ 집필작가인데,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세계관이 궁금합니다. 이 뛰어난 드라마 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아주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고, ‘웃긴 글을 잘 쓰니 본격적으로 작가를 해보는 게 어떠냐’며 부서 선배님이 어느 날 서울예대 극작과 원서를 제 책상위에 올려놓았길래 하루 월차내서 시험을 봤고, 합격해서 그대로 퇴사까지 후딱 해버렸습니다.

어쨌든 그런 경로로 직장인 생활을 접고 극작을 전공하게 됐고, 졸업 후 교양, 다큐, 예능 등의 구성작가 일을 하다가 20대 후반에 어떤 피디분이 섹시 시트콤을 한번 써보지 않겠냐고 해서, 몇 편을 썼고 그때 극을 쓰는 게 방송대본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드라마 쪽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저글러스〉는 제가 회사생활을 할 때 저희 사수였던 비서언니를 주인공으로, 저희 부서 선배님들을 조연캐릭터로 내세워서 여러 살을 붙여 만든 이야기입니다. 깜냥이 부족해서 100% 제가 상상해서 창조해낸 이야기를 극본에 옮기는 게 아직은 두렵기 때문에 제 경험담, 제 주변 이야기를 극본에 녹여가며 열심히 드라마를 배워가고 있습니다. 〈옥란면옥〉 〈사이코지만 괜찮아〉도 제 주변, 그리고 저의 이야기로 시작된 드라마입니다.

저는 제 이야기, 제 주변 이야기를 대본에 쓰길 좋아합니다. 보고나면 드라마가 참 따뜻하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제가 바라본 세상은 아직은 사람들의 ‘온기’로 훈훈한 거 같거든요. 그 ‘온기’를 작품에 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웃긴데 슬프고, 슬픈데 웃긴 평범한 이야기가 저는 너무 좋고 앞으로 그런 이야기를 계속 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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