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줄여 근근이 버텨왔는데…” 추락하는 제조업 ‘발동동’

코로나 사태가 수출이 주특기인 제조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수요 급감에 직면한 제조업은 공장 가동을 늘리면서 생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위기에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4.9%포인트 증가한 116.0%를 기록했다. 지난 5월 1998년 이후 21년 9개월 만에 최고치인 128.6%를 기록한 이후 다시 재고율이 안정 범위로 들어섰다.

생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요 부진에 대응한 탓에 나타난 일종의 착시 현상이다. 실제로 전년 동기 대비 제조업 출하지수(2015년=100 기준) 증감률은 5월 -12.2%, 6월 -2.5%, 7월 -4.2%로 하락폭이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부진하다. 7월 출하의 경우 내수와 수출 모두 4% 이상 감소했다.

반면 재고지수는 올 상반기 2~6% 증가하다 지난달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나타난 역설적인 현상이다.

생산을 줄이고 있다는 사실은 놀고 있는 공장 규모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대 생산능력 대비 실제 생산량을 의미하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0%로 지난해 7월에 비해 4.5%포인트 감소했다. 지난 5월 63.3%로 11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가동률이 소폭 회복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가동률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업종은 자동차다. 자동차 가동률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8.1% 감소했다. 자동차 출하 역시 8.7% 줄었다.

한편 가동 가능한 공장의 총 규모는 소폭 올랐다. 제조업의 생산능력지수는 올 7월 103.7을 기록, 1년 전에 비해 1.1% 증가했다. 대부분 제조업 업종이 생산을 줄이는 와중에 반도체 호황(20.6% 증가)이 발생해 나타난 착시다.

생산능력은 제조업체들이 확보하고 있는 설비를 모두 가동해 생산할 수 있는 재화의 총량을 의미한다.

해외 수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제조업은 서비스업보다는 뒤늦은 4월부터 코로나19 타격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제조업 내 중후장대 업종인 자동차, 철강, 유화의 침체가 심각한 편이다. 반면 비대면 시장 확대에 따라 IT제조업과 보건·방역과 연관성이 높은 의약품 제조업은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8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제조업 위축이 재차 심화되면 일자리 역시 2차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들어 생산능력 증가율 둔화로 국내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장기화 될 경우 국내보다 생산성이 높은 해외로의 제조업 이탈이 가속화 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기업관련 규제 개선, 각종 투자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경쟁국 대비 제조업 경영환경의 비교우위를 확보해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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