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교실수업 복귀…불안감 커지는 학력격차·심리방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오는 11일까지 등교 중단을 발표한 수도권 학교들의 원격 수업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불투명해졌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이제는 대면 수업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던 시절이 그리울 지경”이라며 심각해진 코로나19 사태를 우려하면서도, 계속되는 원격 수업으로 벌어지는 학습격차와 불안한 심리 상태를 해결할 방안을 찾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상위권만 유리…중위권 붕괴·하위권 증가=1일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결과 상위권과 하위권의 비율이 증가한 반면 중위권의 비율은 대폭 축소됐다. 원격 수업으로 인한 학습 양극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고2 김모(17)양은 “비대면 수업을 하면 공부 잘하는 애들은 흥미 있어 하는 반면, 나머지는 대부분 논다. (대면 수업 중단으로)혼자 공부하기 힘든 중위권과 하위권의 타격이 훨씬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고1 학부모 정모(47)씨는 “공교육이 계층 간 형평성을 맞춰 주는 역할을 했는데, 올해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위권은 공교육에서 학생 지도의 기준이 된다. 중위권을 허리로 두고 전체적인 학습 방향을 잡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위권이 붕괴하면 수업의 난이도 책정부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교사 손길이 가장 필요하고, 그 효과를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집단도 바로 중위권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이 불가피하다면 ‘실시간 쌍방향 수업’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교사와 학생 간 피드백이 긴밀하게 진행돼, 중위권 이하 학생들의 학습 현황도 자세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광명시에 사는 고3 김모(18)양은 “학교에 따라 온라인 수업 방식에 차이가 있다”며 “강의 영상을 보고 일방적 학습을 진행하는 것보다 ‘줌’으로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교사 A(39)씨는 “교육부에서 뒤늦게 쌍방향 지원 시스템 확대에 나섰지만 기기 보급 문제, 접속 장애에 따른 끊김 현상 등은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학교 대면 수업이 언제 다시 멈출 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만큼 대면(in-person)·원격(remote)·혼합(hybrid) 수업의 세 가지 유형이 유연하게 실행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모든 평가를 주의깊게 검토해 학습 내용과 연결, 교육적 피드백이 가능한 과정으로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세 끝날 줄 알았는데”…기대만큼 큰 실망=학생들의 심리 방역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강은미(정의당)·김은혜(미래통합당)·장경태(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코로나19 이전 6.41점에서 이후 4.14점으로 크게 떨어졌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등학교 1학년인 윤모(16)군은 “1차 유행 때에는 참고 견디면 금방 끝날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게 무너지면서 실망감도 훨씬 커진 것 같다”고 털어놨다. 경기 안양시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김모(18)양은 “아무래도 온라인 수업은 대면 수업과는 다른 부분들(학습 태도, 선생님의 수업 형식 등)이 많다 보니 낯설었고, 심리적으로도 많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기대를 과감히 버리고 장기적 시각으로 인내심을 갖되, 온라인 ‘수업’뿐 아니라 온라인 ‘학교생활’ 구축에도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제는 현실적으로 장기적인 희망을 갖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때”라며 “특히 학교는 단순히 공부만 하는 장소가 아니다.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인데, 코로나 이후 세대들에게 이게 결여돼서 큰 문제로 지적된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으로 수업뿐 아니라 예를 들어 게임을 하는 모둠을 만든다든지, 그룹·동아리 활동을 적극 독려하는 방식으로, 학습 외에 교우 관계에 있어서도 온라인 활성화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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