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핵심협약 비준했지만 갈길 멀어…노조법 개정·해석 논란 불가피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해고자의 노조가입 허용 등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3개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기준에 미달하는 노조법 개정과 해석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등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헤럴드DB]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 ▷강제 또는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29호) 비준동의안을 대통령 재가를 거쳐 ILO 사무국에 조만간 기탁할 예정이다. 정부가 비준서를 기탁한 시점부터 1년이 지나면 핵심협약은 발효되고,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하지만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를 줘야 한다는 핵심협약 정신이 국내법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은데다, 미비준 기본협약도 남아 있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정부의 비준서 기탁후 협약이 발효되기까지 1년간의 이행 준비기간 동안 노사는 ILO 기본협약 비준과 관련해 2차 공방을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큰 쟁점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재개정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개정한 노조법은 근로자 개념을 넓히지 않고 노조가입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해고자·특수고용직 종사자 등에 노조를 할 수 있는 우회로를 부여했는데, 법대로라면 특수고용직이나 자영업자의 단결권 행사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노동계는 핵심협약과 충돌하는 노조법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탁 후 1년이 지나면 노조법의 해당 조항은 무효가 되고 새로운 법인 기본협약을 따라야 한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노조법 개정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노조법 재개정을 통해 ‘경영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할 태세다.

강제노동 철폐협약(105호)도 해결과제다. ILO 회원국 187개국 중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티모르·중국·일본 등 11개국이 미비준 상태다. 이 협약은 정치적 견해와 의견표명, 파업참가에 대한 제재수단으로 강제노동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우리 국가보안법과 집시법이 협약 내용과 맞지않는다. 정부는 형벌체계와 분단국가 상황 등을 고려해 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ILO 핵심협약 비준동의안은 1996년 OECD에 가입하면서 국제사회에 했던 약속을 이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도 “ILO 회원국의 가장 기초적 의무이자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 기준으로서 105호 비준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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