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사브르 국가대표 김정환이 24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열린 산드로 바자제(조지아)와의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관계자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한국 펜싱계의 맏형 김정환이 마침내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정환은 기대를 모았던 첫날 한국 펜싱계의 자존심을 지켰고, 그가 8강전과 4강전 그리고 동메달 결승전에서 보여준 투지는 오래도록 인구에 회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환은 24일 저녁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동메달 결정전서 산드로 바자제(조지아)에게 15-11로 이겨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쿄 올림픽에서 양궁 혼성전에 이어 메달을 획득한 것은 김정환이 두번째다.
김정환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1피리어드 초 연속으로 2득점했으나 이후 5점을 내리 내주며 주도권을 넘겨줬다. 1피리어드를 종료할 때 점수는 7-8로 김정환이 한점차로 밀리고 있었다. 김정환은 2피리어드 시작직후 두점을 추가로 내줬다. 드라마의 시작은 김정환이 8-10으로 한점을 따라 붙으면서였다. 김정환은 이후 8점을 내리 따내며, 1점만을 회복하는 데 그친 바자제를 물리쳐 펜싱계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김정환은 이날 동메달전 경기 도중 보호대가 없는 투구의 뒤쪽편을 칼로 맞아 부상을 당하기도 했고, 발목이 꺾이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환은 투혼을 불살라 결국 상대를 15-11로 물리치며 동메달을 따냈다.
김정환의 값진 동메달은 자칫 첫날 ‘노메달’ 굴욕을 겪을 수 있었던 펜싱계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믿었던 세계랭킹 1위 오상욱이 8강에서 난적 산드로 바자제(산드로)에게 13-15로 석패했다. 세계랭킹 9위 구본길도 32강에서 아깝게 탈락했다.
4강전을 앞두고 김정환은 “죽을 각오로 해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체력이었다. 8강전에서 김정환은 세계랭킹 8위 카밀 이브라히모프(ROC)와 맞붙었다. 1피리어드 5-8로 밀렸고 2피리어드 12-14까지 몰렸다. 이브라히모프가 한점만 더 내면 끝나는 순간, 김정환은 기적의 명승부를 이끌어냈다. 3포인트를 연달아 따내며 대역전승에 성공한 것이다.
4강전에서 김정환은 이탈리아 사멜레와 만났고 12-6으로 앞서다 9점을 연속으로 내주며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김정환은 이후 3-4위 결정전에 나섰다. 후배 오상욱을 밀어낸 바자제와 동메달을 사이에 둔 대결이었다. 김정환은 이번 올림픽 참가가 마지막인 것으로 알려진다.
펜싱 사브르 국가대표 김정환이 24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열린 산드로 바자제(조지아)와의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의료진을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