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못 따도 슬프지 않은…그대는 쿨하게 빛나는 ‘세계 4등’

왼쪽부터 높이뛰기 우상혁, 체조 마루운동 류성현, 역도 이선미. [연합]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올림픽 시상대가 허락하는 자리는 단 세 개다. 간발의 차이로 시상대에 오르지 못하고 물러나는 ‘4위’ 선수들은 아쉬움을 삼킨다. 영국 BBC는 “4위는 종종 최악의 순위라고 불린다. 황홀과 침통의 갈림길인 지점”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의 4위 선수들은 과거와 분명 달라졌다. 이들은 입을 모아 “후회없는 경기를 펼쳤다” “가능성을 봤기에 다음 올림픽이 기다려진다”고 한다. 특히 비인기 종목이자 메달 불모지에서 캐낸 ‘세계 4등’은 금메달 못지 않은 빛나는 성적이다.

대한민국 국민을 열광케 한 ‘세계 4위’의 주인공은 육상 남자 높이뛰기이 우상혁(25), 다이빙 우하람(23), 체조 류성현(19), 역도 이선미(21) 등이다.

우상혁의 4위는 실패가 아닌 ‘성공’이었다. 그는 1일 열린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넘어 4위를 차지했다. 1997년 이진택이 세운 한국기록(2m34)를 24년만에 깨며 한국의 육상 트랙&필드에서 역대 올림픽 최고 순위를 작성했다.

우상혁의 얼굴엔 만족감이 넘쳤다. 메달을 못 따 아쉽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도전을 안 했다면 후회가 남았겠지만, 도전을 했기 때문에 후회와 아쉬움은 전혀 없다”며 “매우 행복하고 즐겁게 뛰었다”고 활짝 웃었다. 도약 전 “렛츠고 우(Woo)!” “힙(hip)하게 점프 하이어”를 외치며 보는 이들에게도 긍정의 에너지를 선사한 우상혁은 경기 후엔 남자 100m 결승을 바로 앞에서 ‘직관’하며 올림픽을 즐기는 등 ‘행복한 4위’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우하람이 3일 다이빙 3m 스프링보드 경기를 펼치고 있다. [AP]

‘다이빙 간판’ 우하람도 3일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4위에 오르며 한국 다이빙의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다이빙 최강국 중국 선수(셰스이·왕쭝위안)와 2016 리우 금메달리스트 잭 로어에 이은 세계 4위다. 우하람은 “올림픽에서 4등을 한 자체도 영광이다. 리우 대회와 비교해 순위가 많이 올랐고 실력도 많이 올라서 기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4위에) 만족하지 않겠다”며 남은 경기와 다음 올림픽을 겨냥했다.

올림픽 첫 출전인 19세의 류성현은 1일 체조 마루운동 결선에서 14.233점을 기록, 동메달 샤오뤄텅(중국·14.766점)과는 0.533점 차로 4위에 자리했다. 도마 강국인 한국 체조가 마루운동에서 메달을 딴 적은 한 번도 없다. 류성현은 메달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술 난도는 세계 최정상급이었지만, 경험 부족으로 실수가 나왔다. 류성현은 “첫 올림픽이라 긴장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같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역도 여자 87㎏급 이선미도 4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선미는 “첫 올림픽이니까 실망하지 않겠다”며 “내년에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2024년에 파리올림픽이 열린다.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운동해야 한다”며 다음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국 남자 사격 대표팀 한대윤이 2일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사격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

이밖에 팔꿈치 수술에도 값진 4위를 기록한 사격 25m 속사권총의 ‘늦깎이 사수’ 한대윤(33), 1㎏ 차이로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역도 남자 67㎏급 한명목(30), 신설종목인 10m 공기소총 혼성 단체전의 남태윤(23)-권은지(19), 유도의 김원진과 윤현지, 태권도 이대훈, 배드민턴 여자복식 이소희-신승찬 등이 4위에 올랐다.

높이뛰기 4위 우상혁은 ‘올림픽 3등과 4등의 차이처럼 성공과 실패의 경계에서 아쉽게 실패를 겪은 많은 사람에게 한마디 해달라’라는 질문엔 이렇게 답했다.

“난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여기까지 왔어요. 긍정적으로 도전하면 이기지 못할 것이 없죠. 쿨(cool)하게 떨쳐버리고 다시 도전하면 즐거움이 찾아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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