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도 미-중 패권전쟁…“얼음 있는 섀클턴 분화구 잡아라”

미 항공우주국(NASA)가 지난 5월 19일 공개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달 착륙선 일러스트레이션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이 지구를 넘어 우주 공간까지 확대되고 있다. 저궤도 위성 발사부터 달 기지 구축까지 서부 개척 시대와 같은 영역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2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각각 내년과 2026년 달 착륙을 계획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모두 탐사선 착륙 장소로 달의 남극 인근의 섀클턴 분화구를 점찍었다.

폭 21㎞, 깊이 4㎞의 섀클턴 분화구는 햇빛에 노출되는 가장자리의 표면 온도는 물의 끓는점인 섭씨 100도 이상으로 치솟고 영구적으로 그림자가 지는 내부는 영하로 온도가 떨어지는 척박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 개척을 주도하는 미중 양국이 이곳을 주목한 곳은 향후 달 기지를 건설하고 우주비행사들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물이 얼음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얼음은 전기분해를 통해 산소와 수소를 생성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달 자체에서 공기와 식수, 연료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면 높은 비용을 들여 지구에서 물자를 보급해야 하는 필요성이 줄어들게 된다.

미중 양국은 달 탐사를 두고 최근 더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폴로 계획을 통해 처음으로 달에 우주인을 보냈던 미국은 우주인을 다시 달에 착륙시키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세우고 2023년 말 유인 우주선을 달 궤도에 올린 뒤 2024년에는 유인 캡슐을 달 남극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이 성공하면 미 항공우주국(NASA)은 유인우주선을 지속적을 달에 보내 달 기지 건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달 상공에 우주 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를 띄우고 지상에도 달 표면 기지를 세워 인간을 달에 상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중국이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에 우주인을 파견하기 위해 발사를 준비 중인 창정-2F 로켓. [신화]

중국의 달 탐사 역시 달 표면에 착륙시키는 것을 넘어 연구 인력이 상주하는 기지를 건설하는 데 까지 나아간다.

중국은 지난 2019년 1월에는 무인 달 탐사선 ‘창어 4호’를 쏘아 올려 인류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했다. 2020년에는 ‘창어 5호’가 지구로 가져온 달 토양 시료를 분석해 달에 수천억톤(t)의 물이 있다는 증거를 확인했다.

이어 중국은 2024년을 전후해 ‘창어 6호’를 발사해 달 토양 시료를 채취한 뒤 2026년엔 창어 7호를 발사해 달 연구 기지 건설을 위해 우주인을 달 표면에 착륙시킬 예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2030년까지 달 연구기지의 기본 골격을 갖춘다는 게 중국의 원대한 계획이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지난 2024년 의회 예산 청문회에서 중국과의 우주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우리가 가려는 곳에 중국도 가려고 한다”면서 “중국이 먼저 달에 도착하면 자신들의 영토로 선언하고 다른 국가를 배척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중국의 우주 개발 경쟁은 달 뿐 아니라 지구 궤도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위성 인터넷망을 구축할 저궤도 위성 발사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의 효과를 확인한 중국군 연구진이 향후 위성 발사 증가에 따라 주요 궤도가 붐비게 될 가능성을 고려해 서둘러 위성군을 배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톈빙 과기유한공사는 스페이스X의 팰컨9과 비슷하게 한번에 최대 60개 위성을 실을 수 있는 로켓을 개발중이다. 지난달에는 처음으로 액체연료 로켓을 궤도로 쏘아올렸다.

그윈 쇼트웰 스페이스X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달 초 “중국도 스타링크를 구축하고 싶어하지만 중국에는 재활용 로켓이 없다”면서도 “중국이 이를 매우 빠르게 구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우주 개발 경쟁이 본격화된 1967년 미국, 러시아, 중국을 포함한 113개 국가는 우주 공간의 탐사와 사용은 모든 국가의 이익을 위해 수행돼야 하며 우주는 모든 인류의 영역이 돼야 한다는 내용의 우주조약(OST)을 체결한 바 있다. 이 조약은 달과 다른 천체를 포함한 우주 공간에 대해 어느 국가도 주권을 주장하거나 사용 또는 점유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미국은 우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우주와 관련 자원의 사용에 대한 배타적 사용을 시도하는 법적 조치를 취해왔다.

2011년 미국 의회는 기술 도난 문제를 우려해 NASA가 중국 내 조직과 직접 협력하는 것을 제한한 이른바 ‘울프 수정안(Wolf Amendment)’을 통과시켰다. 2015년에는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 기업에 우주 전역의 자원을 추출할 권리를 부여하는 ‘상업적 우주 법’에 서명했고 트럼프 생정부는 우주가 인류 공동의 자산이라는 개념을 명시적으로 거부하며 우주 자원의 상업적 개발을 승인했다.

포린폴리시(FP)는 “우주 공간은 서부 개척 시대 금광 채굴처럼 영유권 분쟁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우주 전쟁을 위한 수단을 마련한다면 분쟁의 가능성은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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