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2500만 유로 알아서 쓰세요” 30대 상속녀, 시민에 파격선언

2천500만 유로 기부하는 마를레네 엥겔호른 [Guter Rat 유튜브]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오스트리아의 30대 상속녀가 자신이 물려받은 돈 ‘대부분’의 사용처를 정할 시민 토론단을 모집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글로벌 화학 기업 바스프(BASF) 창업자 그룹의 상속인인 마를레네 엥겔호른(31)은 ‘재분배를 위한 선한 협의회’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시작, 함께 할 참가자 모집에 나섰다.

엥겔호른은 자신을 포함한 상속인들이 노력 없이 부를 물려받을 수 있는 불평등 구조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에 상속세 복원과 부자 과세 등을 주장해왔다.

그는 과거부터 자신이 물려받은 재산의 최소 90%를 사회에 돌려줄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런가 하면, ‘택스 미 나우’(TAX ME NOW)라는 이름의 단체를 꾸려 조세 개혁 운동도 벌인 바 있다.

그는 2008년에 폐지된 오스트리아의 상속세를 복원해 자신의 재산을 세금으로 내기를 바랐다. 그런 그는 제도 변화를 이끄는 데 실패하자 올해 새로운 실험에 나선 것이다.

무작위 뽑기 등을 통해 선정된 오스트리아 시민 50명에게 자신의 돈 2500만유로에 대한 결정권을 준다는 게 핵심이다.

이 ‘선한 협의회’ 프로젝트는 16세 이상부터 참여할 수 있다. 토론단 50명은 오스트리아 인구 구조를 반영하도록 성별과 나이, 경제 수준 등을 따져 꾸려진다.

이들은 오는 3월부터 6월까지 잘츠부르크에서 6차례 모여 엥겔호른의 돈 2500만유로를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토론을 하게 된다.

토론단이 구성되면 앵겔호른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모든 권한과 의사결정권을 잃는다. 토론단이 내린 결론에는 어떠한 거부권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따르면 ‘불법적이거나 적대적, 비인도적’인 단체나 개인에는 돈을 줄 수 없고, 영리 목적 기관에도 투자할 수 없다.

토론 당사자나 그들과 연관된 이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 또한 안 된다.

만약 토론단이 기간 내 합의된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돈은 다시 엥겔호른에게 돌아간다.

프로젝트 측 대변인은 NYT에서 이번에 처분에 나선 2500만 유로는 엥겔호른 재산의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엥겔호른은 최근 성명서에서 “부자에 대한 세금 등 부의 재분배는 이뤄져야 한다”며 “정치인들이 제 일을 하지 않고 부의 재분배를 하지 않는다면 나 스스로라도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직장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이에 대한 세금을 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정치의 실패”라며 “정치가 실패하면 국민이 스스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엥겔호른은 북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느 누구도 세금 면제로 많은 돈과 이에 따른 권력을 가지면 안 된다”며 “상위 1%의 부는 단지 큰 숫자가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미디어에 직접적 권력이 나온다. 이 불균형한 힘은 민주주의를 공격한다. 부의 재분배는 민주주의에 대한 봉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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