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재집권에 성공했다. 사진은 민진단의 라이칭더(가운데) 총통 당선인 모습 [AP] |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서방 주요 매체는 13일(현지시간)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재집권에 성공한 배경에는 중국의 강압적 태도에 대한 대만인의 반감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대만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잇단 무력시위로 전쟁을 위협했던 것이 대만내 친중 세력 위축이란 역풍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신년사에서 ‘조국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고 강조하는 등 거듭 압박을 가했지만 “대만 유권자는 민진당에 대한 투표는 전쟁 지지란 중국의 경고를 무시했다”고 짚었다.
이 매체는 “경제적으로, 또 해상과 공중에서 군사적 괴롭힘을 지속하는 중국의 강압적 행태는 실질적 독립을 지키고 중국의 거대한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대만의 열망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늦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이날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차기 대만 총통으로 선출되자마자 “이번 선거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기본 구도와 발전 방향을 바꿀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는 “벼랑끝 전술과 긴장이 지속되고, 필시 더욱 심해질 것임을 사실상 확인한 것”이라는 게 NYT의 진단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선거 결과를 “대만인이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친미 총통을 선출했다”고 전했으며, 미국 CNN 방송도 “대만 유권자가 중국의 경고를 묵살했다”고 해석했다.
CNN은 이번 선거 결과가 “베이징에는 타격”이라고 평가하면서 중국이 향후 몇주 내에 대만에 대한 군사·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고, 신임 대만 총통의 취임식이 치러지는 5월 20일 전후 대대적인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만을 사이에 두고 벌어져 온 중국과 미국의 신경전 역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에 ‘내정 문제’ 간섭을 멈추라는 압박과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미국은 작년 대만에 3억4500만달러(약 4500억원) 상당의 군사원조를 제공하는 등 이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여왔다.
다만, 양안 전쟁이 불가피한 상황까지는 아니라는 게 관련 전문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은 경제 악화로 진통을 겪고 있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 때문에 중국과의 대결에 집중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다.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중 관계가 ‘관리모드’에 들어갔다는 점도 당장 대결이 격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제니퍼 웰치 블룸버그이코노미스트 지정경제학 분석가는 블룸버그 통신에 정책 연속성에 대한 라이 당선인의 약속에도 베이징은 “깊은 의심”을 보내고 있다면서도 “양안 긴장의 고조가 임박한 위기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과 미국, 중국은 위기를 피하려면 더 노력해야만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