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다보스서 ‘금융 큰손’ JP모건 CEO과 회동…민간서 돌파구 찾나

12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리시 수낙 영국 총리와의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관련해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미국 최대 은행의 수장을 만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번 주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포럼에서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를 만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다보스 포럼에서 전후 재건 문제와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활용하는 방법 등을 의제로 투자자·최고경영자들과 원탁회의를 열 예정이다.

그동안 JP모건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후 재건 사업과 관련한 민간 자본 유치 방안을 조언해왔다.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칼라한 에르도스 JP모건 자산운용부문 대표의 주선으로 켄 그리핀 시타델 CEO, 존 그레이 블랙스톤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미국 금융계 인사들을 만나 국가 재건을 위한 민간 투자를 논의한 바 있다.

이번 만남은 미국과 유럽의 100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이 가로막힌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현재 610억 달러(약 80조2000억원) 규모인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은 공화당의 반대에 막혀 의회에 계류돼 있다. 500억 유로(약 72조3000억원) 규모인 EU의 지원안도 헝가리의 비토로 제동이 걸려 자금 지원안에 난항을 겪는 상태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수개월에 걸친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전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실패하면서 동맹국들은 전쟁을 위해 값비싼 비용을 치르는 것에 점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해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외에도 지난해 10월부터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공격으로 촉발된 홍해의 안보 위협으로 지원이 분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 등 다른 이슈들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집중도가 약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4일 현지에서 열린 4차 우크라이나 평화 공식 국가안보보좌관 회의 역시 뚜렷한 성과 없이 종료됐다. 공동의장인 이그나지오 카시스 스위스 외무장관은 이번 4차 회의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더 높은 수준의 회의 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평화 공식 회의는 우크라이나 종전 구상과 평화 계획을 논의하는 회의체로, 지난해 6월 덴마크 코펜하겐, 8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10월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도 열린 바 있다.

이번 회의에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서방 동맹 등 83개국이 참여했지만,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는 초대받지 않았고 중국은 불참했다.

이와 관련, 일부 국가에선 우크라이나가 기대하는 지도자급 회의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제기하고, 다른 일부는 러시아를 즉시 회의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 향후 회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불분명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회의를 러시아와 하는 모든 협상의 기초라고 언급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회의는 뚜렷한 진전 없이 끝났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이 평화 공식 회의를 통해 러시아군 철수와 정의 회복, 핵 안전과 식량안보, 에너지 안보 등 10개 항으로 된 ‘평화 공식’을 제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15일 스위스 베른에 도착한 뒤 16일부터 다보스에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비올라 암헤르트 스위스 대통령과의 회담, 다보스 포럼 총회 연설 등 일정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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