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OCI그룹과 유례없는 통합을 전격 선언하면서 한미약품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올렸다.
15일 창업주 부인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은 “이른 시일 내에 통합 지주사 사명 및 CI도 바꾼다”며 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장남인 임종윤 사장은 “어떤 정보도 전달받은 바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어느 쪽도 압도적인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모녀와 장남간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미약품 측은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이번 기업 통합은 장녀인 임주현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이 타계하면서 장남 임종윤 사장이 후계자로 점쳐졌지만, 부인인 송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후 작년 임주현 사장을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이 임명하면서 후계구도에 변화가 감지됐다.
송 회장은 통합 추진 발표 직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통합을 통해) 자산 총액 기준 30대 기업으로 단숨에 도약하게 됐다”며 “(통합 지주사) 사명과 CI도 이른 시간 내에 교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동반자와 함께 보다 크고 강한 경영 기반을 우선 마련해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앞으로 한미그룹과 OCI그룹은 아름다운 동반자로서 공동 경영을 통해 소재·에너지와 제약·바이오라는 전문 분야에 각각 집중하면서도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장남인 임종윤 사장의 반발이다. 그는 통합 소식 후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도 전달 받은 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이어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임주현 사장과 한미약품 측은 임종윤 사장이 반대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 측은 임종윤 사장의 반대 입장과 관련, “이번 통합안은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며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지만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임종윤 사장과 만나 통합 취지와 방향성을 설명해 통합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