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사망 ‘손정민 사건’… 檢 무혐의 처분 짚어보니

한강공원에서 실종 후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故) 손정민 씨의 1주기 추모제가 열린 2022년 4월 24일 오후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 고인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검찰이 한강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22) 씨의 친구 A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손씨가 사망한 지 약 2년 8개월 만에 수사당국의 무혐의 결론이 나오면서 음모론과 추측이 난무했던 해당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17일 검찰 관계자는 “고소인 면담, 목격자 조사, 현장 검증 등으로 충실히 보완수사를 했지만 (A씨에) 대한 피의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씨는 2021년 4월 24일 오후 11시께부터 다음날 새벽 2시께까지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셨다. A씨는 새벽에 일어나 집으로 돌아갔고, 손씨는 이후 실종됐다. 관련 내용은 손씨의 부친이 블로그에 실종된 아들을 찾는다는 글을 게시하면서 공론화 됐다. 사건 나흘 뒤인 28일 손씨의 아버지는 “희망에 찬 22살의 아들이 꼭 이렇게 되어야 하는건지”라면서 아들 손씨를 찾는다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글 게재 이틀 뒤인 30일에는 손씨의 시신이 한강 수중에서 발견됐다.

이후 ‘손정민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폭발했다. 동시에 손씨의 사망 경위를 두고 각종 의혹들이 쏟아졌다. 특히, 손씨가 실종 당일 친구 A씨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A씨가 손씨의 사망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손씨의 사인(死因)부터 양말에 묻었던 진흙의 성분 분석 등 모든 것이 의혹의 대상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손씨의 사인을 익사라고 결론 내렸다. 손씨의 뒤통수에서 발견된 상처는 손씨가 사망한 이유는 안된다는 것이 국과수의 설명이었다.

문제는 일부 네티즌들이 근거 없는 이야기들을 퍼뜨리면서 ‘타살’을 기정사실화했다는 점이다. 온라인에는 ‘A씨가 정신을 잃은 손씨를 강으로 끌고 가 물속에 밀어넣었다’ ‘A씨가 손씨와 같이 강에 들어갔다가 혼자만 빠져나온 것 같다’ 등의 추측성 주장들이 확산됐고 일각에서는 ‘이쯤 되면 친구가 자수해라’ 등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더해 A씨의 사진과 이름이 온라인상으로 노출되기도 했다.

A씨의 가족을 향한 음모론도 생성됐다. A씨의 아버지가 전 강남경찰서장이나 강남 세브란스병원 교수이며, A씨의 어머니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라는 루머가 돌았지만, 이는 모두 거짓인 것으로 밝혀졌다.

유튜버들의 ‘조회수 장사’가 사건에 대한 가짜뉴스를 부추기기도 했다. 일부 유튜버들은 ‘무당이 바라본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 ‘무당 점집 처녀보살, 반포 한강공원 의대생 단순 익사가 아닌 확실한 타살’ 등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을 올려 조회수와 구독자 수 늘리기에 열을 올렸다.

이들은 손씨가 사망하게 된 경위에 타살의 증거가 확실하게 있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또 ‘누군가 뒤에서 주사기로 손씨를 찔렸다’고 하거나 ‘손씨의 영혼이 한 방송사 뉴스 영상에서 나타났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저렇게 나타났을까’라고 말하는 유튜버들도 있었다.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각종 의혹들이 확산되기까지 언론의 책임 역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언론이 온라인에서 만들어진 의혹과 음모론을 그대로 기사에 언급해 언론이 ‘검증자’가 아닌 ‘전달자’ 역할만 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손정민 사건을 다룬 언론이 정정보도를 하는 사건도 있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는 고(故) 손정민 씨 사건 관련 보도에서 자막 오류를 사과하고 정정했다. 해당 방송 영상에서 A씨는 “(제가 일어났을 때) 정민이는 확실히 없었을 거예요. 다른 친구 B는 옛날에 한 번 이렇게 뻗어가지고 되게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친구들을) 무조건 챙겨야겠다 이런 생각이 취해도 좀 있었거든요”라고 말했는데, 당시 ‘다른 친구 B’ 부분에 ‘정민이’라는 자막이 들어가 논란이 일었다. 그알 측은 ‘다른 친구 B’는 손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며 자막을 정정했지만 비난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면서 온라인상에서 또다른 진통을 낳았다.

그동안 경찰은 제기되는 의혹들이 아닌 사건 수사에 신뢰를 보내달라고 강조해왔다. 경찰은 “사고 당일 한 남성이 한강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확보해 수사에 나섰고, 목격자 7명의 진술이 상당 부분 일치해 신빙성이 있다고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부터 인터넷 등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사실인 것처럼 퍼져 수사에 불필요한 혼선이 발생하거나 수사력이 분산되는 등 다소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며 “사망 전 행적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수사를 믿고 지켜봐달라”라고 당부했다.

한편, 검찰의 무혐의 결론이 발표되자 손씨 측은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집회는 반포한강공원에 마련된 고인 추모 공간에서 오는 19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인근에서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각각 진행될 예정이다. 반포한강공원 추모 공간에서는 집회 첫날인 19일 고인을 기리는 1000일 추모제도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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