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한소희, “엄마가 변한 괴생명체 만나는 연기가 가장 힘들었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제가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창피하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한소희는 최근 인터뷰에서 시원시원한 답변을 이어갔다.

‘경성크리처’는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태상(박서준)과 채옥(한소희)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다. 여기서 한소희는 아버지 중원(조한철)과 함께 10년째 실종된 엄마를 찾아다니는 토두꾼 윤채옥 역을 맡았다.

한소희는 이번 작품에서 웃는 신이 거의 없다. 채옥의 삶이 녹록치 않았다는 뜻이다. 한소희는 “오랜 기간 채옥으로 살면서 채옥의 감정선과 액션은 놓지 않으려 했다. 간혹 채옥이 아니라 소희가 들어오면서 힘든 적도 있었지만 끝까지 채옥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고 말했다.

한소희가 가장 힘든 순간은 옹성병원내 괴생명체와 맞딱뜨리는 순간일 것이다. 그 괴물은 채옥이 10년간 찾아 헤매던 엄마 세이신(강말금)이 생체실험에 의해 변한 크리처다.

“감독님께 배경 서사를 듣고 감정선을 파악했다. 내 인생을 포기하고 10년만에 찾은 엄마가 괴생명체로 바뀌어 갇혀져 있는 상황을 접하면서 저절로 감정이 터졌다. 대본에는 ‘진짜 어머니야’라고만 되어있었는데, 이 대사만으로는 못읽겠다며 감독님과 상의해 ‘엄마, 누가 도대체 이렇게 만들었어’라고 대사를 바꿨다. 이 장면을 찍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채옥의 감정은 4가지로 나눠진다고 했다. 첫째는 엄마가 사라져 버린 데서 오는 ‘충격’이다. 두번째는 ‘화’다. 엄마가 납치 당했는지, 우리를 버리고 간 건지 알 수 없어서다. 세번째는 ‘슬픔’이다. 엄마가 우리를 버리고 간 게 아니어서다. 네번째는 ‘자포자기’와 ‘초연’이다. 엄마가 어디로 갔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10년간 좇다보면 생기는 감성이라고 했다.

채옥의 목표는 단 하나, 엄마를 찾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은 믿을 수 없었다. 물불 안가리며 자기 인생을 포기하면서 찾아가는 채옥의 모습이 실제 한소희와 교집합을 이룬다고 했다. 그는 “저는 하고 싶으면 무조건 한다”고 했다.

괴생명체를 채옥의 엄마로 설정한 것은 작가가 일본 강점기 일제가 모성애에 관한 생체실험을 했다는 자료를 접하게 되면서다. 이런 이야기가 일본에서는 논란이 되자 한소희는 SNS에 안중근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생체실험 자체를 부인하는 일본에서는 한소희에 대한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소희는 “슬프지만 사실인데”라고 응수했다. 그는 “그런 (악플의) 의견이 일본인 전체의 의견도 아니다. 인신공격도 있지만 사과 메시지도 많이 온다”고 전했다. 이런 솔직한 성격 때문인지 한소희는 10~20대 여성들이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한소희는 “내가 죄를 지었나? 나는 떴떴하다. 이런 게 금기어도 아니지 않나”라면서 “나는 논픽션과 픽션이 섞인 대본 안에서 채옥을 연기했다. 서로 인정할 건 인정하자. 과거 가지고 싸우고 하는 게 이해 되면서도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경성크리처’는 초반에 서사의 부족, 로맨스 급전개 등으로 평가가 엇갈렸다. 이에 대해 한소희는 “저희는 촬영에 진심을 가지고 임해도 상상하지 못한 피드백이 나올 수 있다. 그렇게 보시는 분도 있다. 그래서 독립군 비하 느낌도 생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로맨스만 있는 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간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랑, 우정, 배반, 화해도 있다. 태상과 채옥은 사랑도 있지만 전우애도 있다”고 했다. 여기서 채옥은 독립군은 아니며,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 삶을 포기하는 인물이라는 점에 포인트를 맞춰 준비했다고 한다.

한소희는 자신이 가장 연기를 잘했다고 꼽는 장면으로는 ‘죽는 건 별로 슬프지 않는데, 내가 살다간 흔적조차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면 슬플 것 같아서’라는 대사다. 실제로도 슬펐다”고 했다.

또한 최고의 대사로는 장태상의 ‘이 시대를 겪지 않았으면 이렇게 살지 않았을 것’을 꼽았다.

함께 연기한 박서준은 한소희에 대해 “평생 응원하고싶은 배우”라고 했다고 전하자, 한소희도 박서준에 대해 “나도 평생 서준 씨를 응원한다”고 했다.

한소희는 작품 선택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한 사람의 독주가 아니고, 앙상블이 되는 것을 중요시한다. 누구 한사람만 빛나는 작품 보다는 함께 해서 빛나는 작품이 보람 있다”고 전했다.

한소희는 신인에서 빨리 톱으로 올라온 배우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저를 상품으로 본다. 저 자신을 객관화시켜 탐구한다. 왜 팬이 좋아해주실까? 이 질문을 많이 한다. 배우의 수요와 공급을 따지기도 한다. 결론은 솔직한 나의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듯 하다”고 답했다.

한소희는 “저는 그냥 저대로 살고싶다. 너무 함축적인가? 법 테두리 내에서. 남한테 피해 안주고. 어차피 인생은 한 번인데, 눈치 별로 안보고 재밌게 살고싶다. 최근 2년동안 하고싶었던 피어싱을 했는데, 소속사 대표가 그 곳까지 데려다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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