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아내를 살해하고 극단선택을 시도한 70대 남성에게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다. 남성은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했지만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살인 혐의를 받은 7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20년형을 확정했다.
A씨와 피해자는 50년간 혼인생활을 유지하며 다섯 명의 자녀를 뒀다. 피해자는 식당일을 하며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했지만 A씨는 일정한 직업이 없었다. 급기야 A씨는 ‘자녀들이 피해자하고만 교류한다’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수십 년 전부터 가정폭력을 저질렀다.
살인 사건은 지난해 2월에 발생했다. 당시 A씨는 피해자에게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돈을 좀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하자 격분했다. 피해자는 A씨를 피해 안방으로 몸을 숨겼지만 A씨는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했다. 이후 본인도 극단선택을 시도했지만 살아남아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재판 과정에 따르면 A씨의 자녀 중 한 명은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들은 재판 과정에서 “A씨의 처벌을 원한다”고 의사를 밝혔다. 특히 A씨는 수 년 전, 피해자에게 “불을 질러 살해하겠다”며 옷에 불을 붙여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처벌받은 전과도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명재권)는 지난해 7월, A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A씨 측은 “범행 당시 맥주 5병 이상을 마신 상태였다”며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저지른 후 흉기를 다시 베란다에 놓았다”며 “범행 이후 죄책감에 극단선택을 시도한 것을 보면 윤리적 의미를 판단하는 의사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형이유에 대해 “A씨는 50년간의 혼인 생활 동안 가족을 위해 헌신한 피해자의 생명을 빼앗았다”며 “범행 결과가 극히 무겁고 피해자 자녀들의 심적 고통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밝혔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1-3형사부(부장 마용주·한창훈·김우진)도 지난해 10월, 징역 20년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양형 사정을 이미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1심 선고 이후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정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에서도 원심(2심) 판결을 수긍하며 이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원심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고, 1심 판결의 양형을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