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 해산에도 싸늘한 민심…日기시다 지지율 2개월 연속 ‘퇴진 위기’ 수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6일 열린 중의원 본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걸어나오고 있다. [UPI]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의 지지율이 퇴진 위기 수준인 20%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집권 자민당 파벌의 비자금 스캔들 이후 자신이 이끌던 기시다파의 해산을 선언하고, 당 차원의 쇄신안까지 내놨지만 민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26~28일 테레비도쿄와 함께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27%를 기록했다고 29일 보도했다. 닛케이 조사 기준 지난해 12월(26%)에 이어 2개월 연속 20%대로, 지지율 20%대는 일본에서 정권 위기 수준인 ‘위험 지대’로 평가된다.

닛케이는 기시다 총리가 이달 중순 파벌 해산이라는 ‘승부수’를 띄웠음에도 불구하고 전달 대비 지지율이 오차범위인 1%포인트 상승에 그쳤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앞서 같은 달 진행된 일본 현지 언론들의 여론조사에서 최저 23%(아사히 신문), 최고 27.5%(산케이 신문)를 기록하는 데 그치며 바닥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9일 자민당 파벌 비자금건으로 기시다파 회계 책임자의 검찰 기소사실이 알려지자 파벌 해산 의사를 표명했다. 마찬가지로 파벌 회계책임자가 기소된 당 최대 파벌 아베파와 또 다른 파벌 니카이파도 해산을 선언했다. 하지만 정작 파벌 간부들은 사정의 날을 피해간데다, 모테기파와 아소파 등은 파벌 존속을 선언하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높다.

닛케이는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64%가 파벌이 해산돼야 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아소파 등은 존속 방침”이라면서 “아베파 간부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도 높다”고 진단했다.

지난 25일 자민당이 내놓은 쇄신안 역시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쇄신의 핵심으로 지목됐던 파벌 철폐에 대한 선언이 담기지 않으면서다. 당시 자민당은 임시 총무회를 열고 비자금 사태의 중심에선 파벌에 대해 자금 모집과 인사 추천 기능이 없는 ‘정책집단’으로 바꾼다는 내용만을 담은 정치개혁 중간안을 확정했다.

이에 도쿄 신문은 “35년 전 파벌 해소에 대한 결의를 나타낸 자민당의 정치개혁 대강(大綱)보다도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비자금 스캔들을 둘러싼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자민당 내부의 위기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심지어 이번 조사에서 자민당의 지지율은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보다 4%포인트 높은 31%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총리가 당의 지지율을 견인하는 이른바 ‘총리 프리미엄’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내각을 통한 당 지지율 상승 여력이 사라진 상태임을 뜻한다.

다만 그럼에도 자민당 내부서는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3월 예산안 통과 후 총리 조기 퇴진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게 보는 분위기다. 닛케이 조사에서도 기시다 총리의 임기와 관련해 ‘9월 임기 만료까지’ 채워야 한다는 의견이 41%로 가장 많았다.

한 자민당 간부는 “기시다 정권이 만신창이가 되긴했지만, 총리가 예산안 통과 후 강판해야하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정권이 임기 만료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는 봄 이후 차기 총재 선거까지 현 정권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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