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매책은 마약사범 아냐…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불가”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마약류를 매매한 자는 ‘마약류사범’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마약류관리법에서 투약, 흡연, 섭취한 자만 마약류사범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마약류사범이 아닌 이상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역시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김선수)는 마약류관리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4)씨에 대한 사건에서 이같은 법리를 선언했다. 대법원은 A씨에게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한 원심(2심) 판결이 “법리를 오해했다”고 지적하며 이 부분을 파기했다.

A씨는 2021년 5월부터 7월까지 3차례에 걸쳐 필로폰이 들어있는 일회용주사기를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동종 범죄로 1차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전과가 있음에도 저지른 재범이었다.

1심은 징역 10개월 실형 선고와 함께 판매대금 105만원에 대한 추징, 40시간의 약물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1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김예영 판사는 지난해 8월, 이같이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마약 판매책으로서 여러 차례에 걸쳐 상당한 양의 필로폰을 판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은 마약류관리법에 근거한 명령이었다. 이 법은 마약류를 투약, 흡연, 섭취한 자를 ‘마약류사범’으로 규정한다. 또한 마약류사범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할 경우 2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 방지에 필요한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심은 마약류를 매매한 A씨를 마약류사범으로 전제해 이같이 선고했다.

2심의 판단도 비슷했다. 2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1-3 형사부(부장 소병석)는 지난해 11월, 징역 7개월 실형으로 감형을 택했다. 나머지 추징 명령,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등은 1심과 같이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1심의 형량(징역 10개월)은 다소 무겁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2심) 판결에 “마약류사범의 의미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A씨는 마약류사범이 아니다”라며 “마약류를 매매했다는 혐의가 있을 뿐 마약류를 투약, 흡연, 섭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이상 그렇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럼에도 A씨에게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부과한 원심 판결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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