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연합] |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서울 중구성동갑 공천 여부를 27일 결정할 예정이다. 그간 임 전 실장에 대한 공천은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 간 갈등의 최대뇌관으로 지목돼왔다. 친문계를 비롯한 비명(비이재명)계는 현역의원 평가, 경선 불공정 여론조사, 전략선거구 지정 등 민주당의 공천 과정이 계파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더해 임 전 실장에 대한 컷오프(공천 배제)가 확정되면 민주당을 이탈하는 현역 의원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전략선거구로 지정된 서울 중구성동갑 공천에 대한 논의를 이날 매듭짓기로 했다. 앞서 전략공관위는 전날 오후 2시간 가량 회의를 진행했지만 해당 지역구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구성동갑에 대한 여러가지 고려 사항이 있었고, 위원들 간 심도 있는 토의도 있었다. 추가적인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며 “내일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임 전 실장 공천 여부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지도부 내부에서도 갈등이 불거졌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임 전 실장 공천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최고위에서) 아예 논의조차 해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민정이 회의를 불참했다는 것은 사실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다”면서도 “당의 공천 과정에서의 불신이 너무 많이 쌓인 상황이기 때문에 지도부가 책임 있게 설명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최고위원은 현재 최고위원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중구성동갑 주민들에게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을 임종석에게 공천을 주지 않을 명분은 없는 상황에서 작은 흠이라도 찾아보려고 결정을 끝까지 미뤄온 것”이라며 “정말 어떻게든 공천을 주기 싫어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 최고위원이 오죽하면 공개적으로 그러겠느냐”고 했다.
비명계는 임 전 실장 컷오프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약속한 ‘명문(明文)정당’을 파기하고 ‘명문전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비명계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의 간판은 아니지만, 문 대통령 영향력 없이는 선거를 치를 수도 없다”며 “이재명 대표가 노골적인 친명 공천을 하고 있는데 임 전 실장까지 공천에서 대놓고 배제하게 되면 심각한 분열을 겪게 될 것이다. 대책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명계 의원 탈당 러시를 현실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비명계 의원은 “공천 불만으로 민주당 탈당을 고려하고 있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며 “임종석 공천배제는 다 같이 손잡고 나가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친낙(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박영순 의원은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 합류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고, 설훈 의원도 사실상 민주당 탈당을 시사했다. 홍영표 의원도 거취를 고민하고 있으며 곧 입장을 밝히겠다고 거듭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