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는 막걸리 살 때 ‘QR’ 찍죠~ 술꾼을 위한 느린마을 [나는 술로]

느린마을막걸리 3종. [배상면주가 제공}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좋은 막걸리, 혼자 묵나?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한국 전통술의 미래는 없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느린마을막걸리'는 14년 전 배상면 배상면주가 회장의 호통에서 시작됐습니다. 2013년 작고한 배 회장은 차남 배영호 사장에게 자신의 이름을 회사 사명으로 쓰도록 물려주면서 “전통술 외길만 가라”, “품질과 타협하지 마라”, “막걸리 붐이 올 것이니 대비하라”는 세 가지 다짐을 당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공감미료 없는 양질의 제품을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게 하라”는 배상면 선생의 철학을 느린마을에 담았습니다.

느린마을막걸리는 100% 우리쌀로 만듭니다. 제품을 처음 선보인 2010년에만 하더라도 경쟁사는 대부분 수입쌀을 사용했죠. 하지만 배상면주가는 지역 농민과 상생을 우선하는 기업 문화를 반영해 국산쌀만 고집했습니다.

느린마을막걸리 사계절 패키지 [배상면주가 제공}

막걸리에 들어가는 인공첨가물 ‘아스파탐’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쌀 함유량을 높여 깔끔한 단맛을 냈죠.

시간에 따라 맛도 다릅니다. 효모 변화에 따라 1~5일차에 해당하는 ‘봄’ 막걸리는 달콤한 향과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입니다. 6~10일차 ‘여름’ 막걸리는 당도와 산도의 밸런스가 좋으며 약한 탄산을 느낄 수 있습니다.

11~16일차 ‘가을’ 막걸리는 당도는 서서히 떨어지고 탄산이 강한 시기입니다. 톡 쏘는 맛을 즐기는 이들이 많이 찾습니다. 17일 이후 ‘겨울’ 막걸리는 씁쓸한 맛까지 올라와 '술꾼들을 위한 막걸리'로 불립니다.

[배상면주가 제공}

느린마을막걸리 제품 라벨의 ‘QR코드’를 찍으면 생막걸리의 숙성일자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계절별 맛과 특징이 적힌 웹페이지로 연결돼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찾을 수 있죠. 이렇게 느린마을막걸리는 ‘비싼 막걸리’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배 사장은 배 회장의 지론에 따라 새로운 막걸리 문화를 창출합니다. 고민 끝에 나온 아이디어는 동네마다 주막에서 술을 빚어 판매하던 옛 문화를 살리자는 것이었죠. 2010년 서울 양재동에 첫 도심형 소규모 양조장을 개장해 '느린마을양조장'이라는 이름도 붙였습니다. 100년 전 양조장을 도심에서 재현했죠.

느린마을양조장은 매장에서 직접 빚은 수제 생막걸리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인공감미료 없이 쌀과 누룩, 물만을 사용하죠. 막걸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종의 술과 이색적인 양조장 푸드를 선보여 환상적인 페어링을 즐길 수 있습니다.

느린마을양조장. [배상면주가 제공}

‘세상에서 가장 작은 양조장’을 콘셉트로 지난 2016년 ‘느린마을양조장’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배상면주가는 현재 직영점인 양재본점을 포함해 강남점, 홍대점, 대구동성로점 등 전국에 8개 지점이 있습니다.

배상면주가가 도심에 느린마을양조장을 지을 수 있었던 이유는 독특한 술 제조방법에 있습니다. 다른 막걸리는 보통 술의 원료인 쌀을 쪄서 고두밥을 지어 만들지만, 느린마을막걸리는 생쌀을 가루로 내 그대로 발효하는 ‘생쌀발효법’이 특징입니다. 친환경적이고, 필요한 공간도 적어 소규모 양조장 설립이 가능했죠.

배상면주가는 특히 약주와 탁주 제조 시 ‘생쌀발효법’을 적용합니다. 생쌀발효법은 술 속에 아미노산 양이 많기 때문에 영양 면에서 우수합니다. 아세트알데히드의 생성량이 적어 음주 후 숙취도 적다죠. 진짜 술을 아는 술꾼들이 찾는 이유입니다.

[배상면주가 제공}

느린마을막걸리 매출은 MZ(밀레니얼+Z)세대 인기를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느린마을 브랜드의 매출은 2023년 265억원으로 2022년(229억원) 대비 15% 이상 증가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막걸리의 주재료인 ‘쌀’을 활용한 ‘한톨이’ 캐릭터도 만들었습니다. MZ세대와 소통을 위해 지난해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열흘간 서울 성수동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에는 1만124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배상면주가는 앞으로 느린마을막걸리를 일반 슈퍼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지난달에는 북미, 동남아시아 수출을 위해 신제품 ‘느린마을 늘봄(Neoul Bom)’ 2종을 선보였죠. 느린마을의 세계화에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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