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비공개 총회가 열린 지난달 9일 오후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이 건물을 나서다 취재진을 보고 황급히 이동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두 달 가까이 의료계와 정부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이 나서서 대화 물꼬를 트면서 활로를 찾나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헤어졌다. 전공의들과 대한의사협회(의협) 모두 전날 이뤄진 회동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는 각자 의료공백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찾는 데 나섰다.
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단체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오후 2시부터 용산 대통령실에서 140분간 면담했다.
회동 이후 대통령실은 박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전공의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 여건 등을 설명했으며, 윤 대통령은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할 때 전공의들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반면 박 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대통령실의 설명을 무색하게 했다.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 간 만남이 서로 간의 의견 차이만 확인한 채 허무하게 끝나면서 이번 만남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전공의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전공의 A씨는 “애초 의미 없는 만남이었다. 굳이 힘 뺄 필요 없었다”면서 “의사에 대한 인식이나 여론을 악화시키는 괜한 빌미만 제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공의 B씨는 “아예 성사되지 않을 만남이라고 생각했었다. 처음에 만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면서 “총선 앞두고 보기 좋은 그림 만들어 주는 데 도움 준 셈이다”라고 했다. 전공의 C씨 역시 “의사들 입장을 존중하고 듣기 위한 자리가 아니란 건 척 보면 다 알 것”이라며 “나갈 필요 없었다는 게 회동 이후에도 드러나지 않았냐”고 불만을 내비쳤다.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박 위원장의 페이스북에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에 명분만 준 것 같아 유감”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는 이번 만남에 대해 “전공의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비대위의 독단적 밀실 결정”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전공의뿐 아니라 의협에서도 불편함을 드러냈다.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 당선인은 전날 오후 8시 47분께 SNS에 “아무리 가르쳐도 알아 먹질 못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적었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 2000명을 백지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부는 의대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 입장 차이가 뚜렷해 접점을 쉽게 찾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는 각각 의료공백 타개를 위한 조언을 구하는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날 교육부에서는 충남대 의대를 방문해 총장과 의대 학장, 병원장 등과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충남대 의대의 현재 정원은 110명으로, 2025학년도에는 200명으로 늘어난다.
임 의협 회장 당선인은 종교계와의 면담을 진행한다.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임 당선인은 전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면담에 이어 이날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와 면담한다. 임 회장은 오는 8∼9일에는 대한불교조계종과 천도교, 한국천주교주교회와 잇달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