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 나가’·‘軍 복무 줄여’·‘정원 줄여’… 의료계 ‘중구난방’ 요구

정부가 의사협회·전공의협의회 등 의사 단체들을 향해 ‘의료계 통일안’을 달라고 거듭 요구하고 있지만, 의료계의 통일된 요구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사진은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한 의사가 복도를 지나고 있는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정부가 의사협회·전공의협의회 등 의사 단체들을 향해 ‘의료계 통일안’을 달라고 거듭 요구하고 있지만, 의료계의 통일된 요구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 소속 장·차관을 나가라는 요구안, 군 복무를 줄여달라는 요구안 등과 함께 ‘증원 원점 재검토’만을 정부에 요구하면서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효력 발생 시점은 25일로 다가왔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의대 교수들은 주 1회 휴진에 나서기로 했다.

24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의료계를 향해 ‘정책 원점 재검토’가 아닌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논리에 기반한 ‘의료계 통일안’을 달라고 의사단체에 거듭 요구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원점 재논의나 1년 유예를 주장하기보다 논리에 기반한 통일된 대안을 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2000명 원안 고수’를 표명해 왔지만, 의대 증원 자율 조정을 요구하며 한발 물러난 상황이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역시 전날 “정부가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정책적 결단을 내린 만큼, 이제는 의료계가 화답하고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며 “언제라도 의대증원 규모에 대해 합리적, 과학적 근거를 갖춘 통일된 대안을 제시하면 논의의 장은 열려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의료계는 통일된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은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과 김윤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인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임 당선인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 사태의 원흉 박민수, 조규홍 그리고 김윤이 TV화면에서 전혀 책임이 없는 듯 여전히 얄미운 앵무새처럼 설치고 있는 것이 사태 해결의 걸림돌”이라며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 자들부터 하루속히 치워야 할 것”이라고 썼다.

이어 “김윤이 의원직을 사퇴한다면 정부와의 대화도 생각해 보겠다”라며 “김윤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배정될 가능성이 아주 큰데, 저런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면 우리나라 의료가 빨리 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31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리는 비대위 회의에 참석 전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김윤 교수는 의대 대폭 증원을 강조하다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김 당선인은 지난 2월 MBC 100분 토론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 찬성 토론자로 나와 ‘의사 연봉이 3~4억원’이라고 언급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와 의학전문대학원 협회 등은 내년도 의대 입학 정원은 동결하고, 2026년도 이후 정원은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요구를 하고 있다.

집단행동에 앞장섰던 전공의들은 7대 요구사항을 요구하며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하고 있지 않다. 7대 요구사항은 ▷2000명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백지화 ▷명령 철회 및 사과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이다.

이외에도 일부 전공의들은 군복무 기간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하고 있다. 군 복무 기간은 현역의 경우 육군 기준으로 18개월이지만 군의관은 38개월이기 때문에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전공의만의 노동조합 구성과 파업권 보장도 요구하기도 했다.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한편 지난달 25일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등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던 의대 교수들은 병원을 이탈하거나 주 1회 휴진을 진행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의료공백’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25일은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째가 되는 날로 민법상 사직 효력이 발생하는 날이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총회를 열고 오는 30일부터 주 1회 ‘셧다운(휴진)’을 하기로 결정하고 이날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울산대 의대 교수 비대위도 전날 총회를 열고 “어린아이들이 있는 의사의 경우 계속되는 진료, 당직으로 육아에 문제가 있어 육아휴직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5월3일부터 주 1회 휴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전날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 교수의 사직서 수백장을 26일 학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역 대학병원 교수도 진료 축소에 속속들이 동참하고 있다. 충북대병원은 이달 초부터 금요일 외래진료를 중단했다. 충남대병원은 오는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를 휴진하기로 했다. 원광대병원도 오는 26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수술을 중단하고, 5월 3일부터는 금요일 외래 진료를 중단한다. 다만 응급 중환자의 진료·수술은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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