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 [AFP=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재임 시절(2010~2015년) '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 '가장 가난한 대통령' 등으로 불린 호세 무히카(88) 우루과이 전 대통령이 암 투병 중이라고 무히카 전 대통령 소속 정당인 국민참여운동(MPP)이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이날 따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주 금요일 건강 검진에서 식도암 진단을 받았다"며 '저는 20년 이상 자가면역 질환을 앓고 있는데, 몸 상태가 매우 복잡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상황을 "전에도 내 인생에 저승사자가 한 번 이상 침대 주위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가)명백한 이유로 큰 낫을 준비해온 것 같다"며 "나는 할 수 있는 한 내 사고 방식에 충실하게 전투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우루과이 좌파의 아이콘이자 국외에서도 명성을 얻은 나라의 상징적 정치인이다. 그는 '페페'라는 애칭도 갖고 있다.
게릴라 출신의 그는 중도좌파연합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된 후 우루과이 경제 발전과 빈곤 감소 등에 성과를 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재임 기간 빈곤율은 40%에서 11%로 감소했다.
대통령 월급 대부분을 사회단체 등에 기부하고, 1987년형 하늘색 폴크스바겐 비틀을 타고 다니는 등 모습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는 말도 붙었다.
그는 대통령 관저 대신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 허름한 집에서 오랜 기간 출퇴근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가톨릭 전통을 고수하는 나라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우루과이를 세계 최초의 기호용 마리화나 완전 합법화 국가로 만드는 등 국내 찬반 논란도 일으켰다.
우루과이 국내를 포함해 국제사회에서 무히카 대통령의 쾌유를 비는 응원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엑스(X)에 과거 무히카 전 대통령과 작은 비틀을 함께 탄 사진을 올리고 "당신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투쟁의 등불"이라고 했다.
욜란다 디아스(52) 스페인 부총리 겸 노동부 장관도 SNS에서 "망연자실한 소식"이라고 했다.
한편 무히카 전 대통령은 대통령 퇴임 후 상원에서 정치 활동을 이어갔다. 2020년에는 의원직 사퇴와 함께 정계에서 은퇴했다.
그는 당시 "인생에서 올 때가 있으면 갈 때도 있다"며 동료 의원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정계 은퇴 이유로 거론했다. 그는 "상원 의원들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이곳저곳 다녀야 한다"며 "팬데믹이 나를 밀어내 떠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