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식량계획(WFP)이 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생존을 위협받는 기근에 빠졌다고 밝혔다. 신디 매케인 WFP 사무총장은 NBC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북부에 전면적인 기근이 발생했으며, 남쪽으로 번지고 있다”면서 “이것은 공포다. 이들에게 식량을 제공할 수 있도록 휴전이 빠르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가자지구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시작된 전쟁 여파로 극심한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굶주림 정도는 세계적인 식량 표준 지표인 통합식량안보단계(IPC)가 규정한 최고 단계인 ‘기근’ 수준으로 치달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IPC는 식량 위기의 단계를 ‘정상(None/Minimal)-경고(Stressed)-위기(Crisis)-비상(Emergency)-재앙·기근(Catastrophe/Famine)’ 등 5개로 분류한다. ‘기근’ 단계는 한 지역에서 전체 가구의 최소 20%가 극심한 식량 부족을 겪고, 어린이 최소 30%가 급성 영양실조를 겪는 수준이다. 1만명당 2명이 매일 굶주림 혹은 영양실조, 질병으로 사망할 때 해당한다.
가자지구의 굶주림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통치 주체가 불명확하고 정확한 통계가 없어 공식적인 기근 선언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IPC도 지난해 12월 가자지구의 식량 위기를 분석하면서 전쟁으로 인해 최근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기근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건 해당 지역의 정부 당국과 유엔의 몫이다. 현재 가자지구에는 이를 수행할 통치 주체에 대한 합의가 없다.
한편 CNN은 미국이 사실상 육로가 막힌 가자지구에 바닷길로 지원하기 위해 짓는 임시부두도 악천후로 인해 일시 중단됐다고 전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가 최소 3만4654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에만 32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전쟁 이후 발생한 부상자 수는 7만70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