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럽 3개국(프랑스·세르비아·헝가리)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시 주석의 유럽 방문은 이탈리아, 모나코, 프랑스 등 3개국 방문에 나섰던 2019년 3월 이후 5년여 만이다.
5일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에서 전용기를 타고 첫 방문지 프랑스를 향해 출발했다.
이번 순방에는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안보라인 수장이자 공식 서열 5위인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동행했다. 외교 사령탑인 왕이 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도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프랑스는 서방 국가 중 중국과 긴밀하게 교류한 나라로 꼽힌다. 유럽이 미국의 ‘추종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던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2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프랑스는 전략적 자율성을 견지하고 있고, 중국과 전략적 협조를 강화해 함께 평화·안정을 수호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이번 순방 기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을 열어 중국-프랑스 및 중국-EU 관계와 국제·지역 이슈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프랑스 방문 기간(현지시간 6∼7일) 마크롱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3자 회담도 한다. 세 사람은 1년 전인 작년 4월 베이징에서 만났다.
다음 행선지는 세르비아다. 방문일인 7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에 의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이 폭격당한 사건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부치치 대통령을 초청해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하는 등 세르비아와 관계를 다져왔다.
시 주석의 마지막 방문지 헝가리는 EU와 나토 회원국이다. 하지만 현 오르반 빅토르 정부는 중국·러시아와 밀착을 추구하고 있다. EU 회원국 중 가장 먼저 중국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오르반 총리는 작년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EU 회원국 정상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
2020년 이후 중국은 헝가리의 최대 투자자로 부상했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EU 집행위원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헝가리에는 화웨이의 해외 최대 물류·제조 기지가 둥지를 틀고 있기도 하다. 헝가리는 올해 하반기 EU 순환의장국을 맡는다.
프랑스·세르비아·헝가리는 미-중 전략 경쟁과 서방 진영의 대중국 견제 강화 움직임 속에서도 중국과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순방지 선정이 미국 주도의 ‘중국 제재 연대’에 균열을 내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