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현지시간) 중국 동부 산둥성 옌타이의 한 항구에서 수출용 비야디(BYD) 전기차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중국의 4월 소매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3%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이후 15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소비 진작책 등 각종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소비 심리가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4월 중국 소매판매는 3조5699억위안(약 669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동월에 비해 2.3% 증가했다. 소매판매는 백화점, 편의점 등 다양한 유형의 소매점 판매 수치로 내수 경기 가늠자다.
중국 소매판매는 재작년 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다 지난해 1월부터 플러스로 돌아선 이후 16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4월 증가율은 16개월간의 증가율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매판매 증가 폭은 시장예상치인 3.8%에 비해 낮은 것은 물론, 전달(3.1%)과 1∼2월(5.5%)에 비해서도 낮았다. 1∼4월 전체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4.1% 증가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소비재와 설비의 신제품 교체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는 등 경기부양과 소비 촉진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왔지만 제대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4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동기보다 6.7% 늘었다고 국가통계국은 밝혔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시장전망치인 5.5%를 웃돌았고 전달(4.5%)에 비해서도 증가 폭이 커졌다. 1∼4월 전체로 보면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6.3% 늘었다.
분야별로 보면 3D프린터 설비 55%, 신에너지차 39.2%, 집적회로(반도체) 31.9% 등 미국과 서방이 과잉 생산을 주장해 온 첨단기술 분야가 증가세를 견인했다.
중국의 경기동향을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지난 3월부터 두 달째 50 이상을 기록하며 ‘경기 확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농촌을 제외한 공장, 도로, 전력망, 부동산 등에 대한 자본 투자 변화를 보여주는 1∼4월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동기대비 4.2% 늘었다.
다만 이 가운데 부동산 개발투자는 8.9% 하락해 부동산 경기 침체는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국이 이날 별도로 발표한 70대 주요 도시 4월 주택 가격 자료에서도 부동산 장기 침체 현상이 확인됐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4월 70대 주요 도시 신규(신축)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6% 하락해 지난 3월 하락률(0.3%)을 밑돌았다.
로이터통신은 “4월 신규주택 가격 하락률은 2015년 7월 이후 9년 만에 가장 가파른 속도로 떨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4월 실업률은 5.0%로 전달에 비해 0.2% 포인트 하락했지만 1∼4월 전체로 보면 5.2%를 기록했다.
4월 수출입 규모는 위안화 기준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0% 늘었다. 수입이 12.2% 급증했지만, 수출액은 5.1% 증가에 그쳤다.
국가통계국은 4월 경제지표에 대해 “계절적 요인과 지난해의 기저치 상승 등으로 인해 일부 지표의 성장률이 둔화했지만, 산업·수출·고용 등 주요 지표는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외부 환경의 복잡성과 심각성, 불확실성이 많이 증가하는 등 경제가 여전히 많은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거시정책 조정 등을 강화해 경제회복과 질적 성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산업생산은 대외 수요 개선에 힘입어 전망치를 상회했지만, 소매 판매가 예기치 않게 둔화한 데다 부동산이 여전히 경제에 걸림돌”이라며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 지원을 위한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핀포인트자산운용의 장즈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FP 통신에 중국 경제는 회복되고 있는 제조업이 이끌 것으로 보이지만 부동산 가격하락과 다른 지표들로 인해 중국 당국이 내수 진작을 위한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