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가 유료 카데바 해부 강의를 진행하며 올린 홍보글. ‘위트있게 진행하는 몰입감 높은 강의’ 등의 홍보문구가 적혀있다. [공의모 제공] |
[헤럴드경제=박지영·김용재 기자]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의 단체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공의모)’이 비의료인을 대상으로 유료 카데바(방부 처리를 하지 않은 시신) 해부 강의를 연 A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11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공의모는 10일 A사를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시체해부법) 위반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A사는 오는 6월 23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서 ‘핸즈온 카데바 해부학’ 유료 강의를 실시한다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A사는 대형 제약사 대웅제약의 협력사로, 운동 지도자들을 교육하는 민간업체다. A사는 가톨릭대와 연계해 강의를 진행하며 ‘프레시(fresh) 카데바’를 활용한다는 홍보문구를 기재하기도 했다.
또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어렵게 진행될 것 같은 교육을 최대한 알기 쉽고 위트있게 진행하는 몰입감 높은 강의’라며 해부학 실습에 직접 참여하는 강의는 60만원을, 스크린을 통해 해부 과정에 참여하는 강의는 30만원의 수강료를 받았다.
현행 시체해부법은 관련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의사 또는 의대의 해부학·병리학·법의학 전공 교수 등에 한해 시체를 해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A사는 비의료인인 헬스 트레이너와 필라테스 강사 등 운동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카데바 해부 유료 강의를 진행한 것이다.
A사가 유료 카데바 해부 강의를 진행하며 올린 홍보글. 수강생들은 ‘이렇게 상태 좋은 카데바는 처음’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공의모 제공] |
한 수강생은 강의 후기에 직접 메스로 아킬레스건을 절제했다고 남기기도 했다. 수강생은 강의 후기에서 “무릎을 해부하면서 십자인대도 봤는데 교수님께서 십자인대를 자를 기회를 줬다”며 “한번에 슥 잘랐는데 잘한다고 칭찬도 해줬다. 뒤이어서 아킬레스건도 잘랐다”고 언급했다.
A사의 카데바 해부 강의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강생이 남긴 후기. [공의모 제공] |
공의모는 “현행법상 실제 시신의 해부는 '시체해부법'에 의해 엄격히 관리되고 있으며, 교육 목적의 해부는 의사와 치과의사 외에는 해부학 교수의 지도하에 의학 전공의 학생만 가능하다”며 “비의료인이 교육 목적으로 시신을 직접 해부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체해부법 제17조에 따르면 시체를 해부하는 사람은 시체를 취급할 때 정중하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면서 “A사의 해부학 강의는 비의료인을 상대로 상업적인 목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시신과 유족에 대한 예의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행 시체해부법은 시체 해부에 대해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의사나 교수, 의학을 전공하는 학생 등만 해부를 진행할 수 있다고 정하지만, 참관인에 대한 자격 규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