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비(非)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롯데손해보험에 이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검토에 나섰다. 주요 보험사 매물에 대한 잇따른 실사는 우리금융이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장에 피력함으로써, ‘오버페이’(과다 지급) 하지 않겠다는 임종룡 회장의 뜻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 추진…롯데손보와 막판 저울질=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25일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최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지분 인수 등을 담은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동양생명은 다자보험그룹이 42.01%, 다자보험그룹 계열사인 안방그룹이 33.3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ABL생명은 안방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우리금융은 조만간 실사 등을 통해 인수가격을 산정해 본 뒤 다자보험그룹 측과 가격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몸값에 대한 관측은 분분하다. 보험사의 가치를 미래 수익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과 순자산(자기자본)을 합해 따지기도 하는데, CSM 규모는 동양생명이 2조7000억원, ABL생명은 8700억원 수준이다. 자기자본은 각각 2조6000억원, 8900억원 수준이다. 다만 수익성 저하를 겪고 있는 생보업계의 어려운 경영환경, CSM 부풀리기 논란 등을 고려하면 실사 및 협상 과정에서 가격이 예상보다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시중에서 언급되는 가격은 매우 오버페이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라며 “가격 협상력을 갖고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끝까지 완주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이 롯데손보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28일 본입찰을 앞두고 동양생명·ABL생명 카드도 테이블에 올려놓고 마지막까지 저울질을 하는 모습이다.
비은행 강화를 위해 보험사를 인수하겠지만 생·손보사 간 유불리를 따져본 뒤 인수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 가격 협상력과 그룹 시너지를 최대한 높이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임종룡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중요한 건 가격”이라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매각가를 2조~3조원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실사결과를 토대로 최종 의사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권 이어 보험…종합금융그룹 재도약 본격화=우리금융은 그룹 내 당기순이익 비중이 95%에 달하는 은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난해 임 회장 취임 이후 증권·보험 포트폴리오 강화를 추진해왔다. 우리금융은 2014년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과 우리바비바생명 등을 매각했으며,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보험사가 없다.
그 일환으로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해 우리종합금융과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 3분기 중 합병 법인인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키고, 10년 내 업계 10위 증권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 퍼즐로 남아있던 보험사 인수까지 마무리되면 다른 금융지주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기 위한 외형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강승연·홍승희·김광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