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 “덴마크와 우린 달라” 불닭면 리콜, 예상못한 해외 반응

외신, 리콜 후 커진 홍보 효과 주목

“리콜 지나쳐, 우린 그런 걱정 없어”

“덴마크 매운맛 약해” 댓글도 많아

가디언 기자들이 ‘불닭볶음면’을 직접 먹어보고 있다. [가디언 영상 캡처]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지난 11일 덴마크 정부가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3종을 리콜(회수) 조치하자 국내의 많은 네티즌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해외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영국의 가디언과 BBC, 미국의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들은 리콜 사태가 오히려 불닭볶음면의 홍보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9일 “덴마크의 리콜 조치 후 전 세계에서 불닭볶음면이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구글 검색 트렌드에 따르면 전 세계 ‘불닭(buldak)’ 키워드 검색량은 덴마크의 리콜 발표 직후인 지난 12일 최대치를 기록했다.

리콜 조치된 ‘핵불닭볶음면3×스파이시(왼쪽)’, 호주 뉴스 방송의 제품 시식 장면 [삼양식품·호주 방송 캡처]

외신들은 불닭볶음면의 매운맛 강도에 호기심을 보이며 기자들이 직접 시식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가디언의 지난 14일자 보도에서 한 기자는 제품을 시식한 후 “덴마크에서는 이걸 독(poison)이라고 부르나요? 좀 지나치네요(It’s a bit of a stretch.)”라고 했다. 물론 시식 후 대부분의 기자들은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괴로워했다.

호주 뉴스 방송에서도 시식 장면이 등장했다. 최근 호주 방송 텐뉴스퍼스트의 한 기자는 붉닭볶음면을 먹은 후 연신 헛기침을 내뱉었고, 이를 본 뉴스 앵커는 “저도 먹어봤지만, 저 정도는 아니었다”며 “(덴마크에선 매워서 못 먹을지 몰라도) 우리 호주에선 그런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리콜 결정에 불쾌감을 드러낸 덴마크 소비자와의 인터뷰를 전했다. 이 소비자는 “내가 못 먹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먹지 못하는 건 아니다”라며 “불닭볶음면을 이제 먹지 못해 기분이 매우 나쁘다”고 했다. 개인의 선택 자유를 좀 더 보장해달라는 얘기다.

BBC는 지난 12일 보도에서 “이 리콜 사태는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며 “전 세계 온라인에서는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데, 많은 네티즌들은 덴마크인이 매운맛에 매우 약하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의 유명 커뮤니티 플랫폼 레딧(Reddit)에서 ‘좋아요’가 많이 달린 댓글도 소개했다. “덴마크에서 온 한 친구는 후추가 살짝 뿌려진 새우튀김도 너무 맵다고 했다. 이번 리콜 조치는 그리 놀랍지도 않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BBC 뉴스 앵커는 한국인과의 인터뷰 도중 “(이런 반응 때문에) 삼양식품에선 정말 신나겠어요”라며 웃음 짓기도 했다.

덴마크 리콜 조치 후, 해외 반응을 전하고 있는 BBC 뉴스 화면 [BBC 영상 캡처]
외신 보도에 달린 댓글들

외신 보도에는 네티즌의 재치가 담긴 댓글들도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아시아에선 유럽 음식이 너무 밍밍해서(too bland) 리콜해야겠다”, “생각보다 바이킹의 후손들이 약하네” 등 다양한 반응들이다.

주요 외신들은 예상치 못한 불닭볶음면의 광고 효과에 주목했지만, 정작 삼양식품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BBC 뉴스 앵커의 말처럼 ‘신나 있지’는 않다. 다른 국가로 리콜 사태가 확산될 우려도 있어서다.

삼양식품은 지난 19일 덴마크 당국에 “덴마크의 캡사이신 계산에는 오류가 있었다”며 “캡사이신은 면이 아닌 스프에만 들어 있으므로, 스프 중량(31.8g)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반박 의견서를 냈다.

한편 최근 뉴질랜드 식품안전국(NZFSA)은 “불닭볶음면의 캡사이신 함량은 높지만, 매움 정도를 제품에 표시했기 때문에 리콜할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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