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의 한 가게 앞에 붙은 '점포정리' 문구. 완연한 수출 회복세에 상반기 재정 집중 집행까지 힘을 보탰지만 내수는 여전히 그늘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체감하기 어려운 경제 회복 온기를 민생까지 전달하기 위해 정부가 올 하반기 5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민생안정 자금으로 1조원을 투입하고, 무주택 세대주에게만 적용되는 청약저축 소득공제와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을 무주택 배우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물가 관리와 생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5조6000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무·양배추 등의 채소류와 체리·바나나 등의 과일류, 식품 원료인 전지분유·버터밀크 등 총 51개 품목에 1600억원 규모로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마늘·양파·건고추 1만4000t은 새롭게 비축한다. 과일 계약재배는 확대하고 김 양식장도 개발한다.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전력량계가 설치돼 있다. 한국전력은 2분기 적용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킬로와트시(kWh)당 5원으로 적용했다. 전력 당국은 이번에 연료비조정요금을 제외하고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도 따로 인상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2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연합뉴스 |
저소득층을 대상으로는 정부양곡의 판매 가격을 20% 추가로 인하한다. 정부양곡은 시중 가격의 40%로 판매하는데 이를 9월 신청분부터 더 낮추겠다는 것이다. 대상은 주거·교육급여 수급자와 차상위·한부모 가구 등이다.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의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장기 예약거래 등 거래방식을 오는 12월부터 다양화한다.
공공요금은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소화한다. 인상이 불가피한 경우 시기를 분산하거나 늦춰 물가 부담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편법 인상을 방지하고자 한국소비자원 등의 공공 플랫폼을 활용해 정보 제공 범위도 확대한다.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물가 불안 품목 및 분야에 대한 ‘물가 감시 리포트’를 매 분기 발표한다.
공공분양주택 청약 때 인정되는 청약통장 납입액 한도가 월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된다. 사진은 13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붙은 주택청약 종합저축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
무주택자 등의 생활안정도 지원한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늘리기 위해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 대상을 무주택 배우자로까지 확대한다. 현재 무주택 세대주이면서 총급여액이 7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는 청약저축 납입액의 40%를 연 300만원까지 근로소득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소득 등의 요건이 해당하지만, 세대주가 아닌 무주택 배우자는 혜택을 받지 못해 오히려 결혼이 ‘페널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청년우대형 청약저축의 이자소득 비과세 대상도 무주택 배우자로까지 확대한다. 현재는 총급여액이 3600만원(종합소득 26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청년 세대주여야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단, 이는 법 개정 사항이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세제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청년·고령자·장애인 등과 퇴직한 날로부터 2~15년 이내 같은 업종에 다시 취직한 경력단절여성이면 취업한 날로부터 3년(청년은 5년)간 소득세의 70%(청년은 90%)를 감면받을 수 있다.
정부는 감면 대상을 경력단절남성으로까지 확대하고 경력단절여성이 혜택을 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 중 ‘동종 업종 재취직’ 요건은 폐지한다. 중소기업이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경우 근로자가 받는 소득세 감면과 기업이 받는 소득·법인세 세액공제 혜택은 2027년 말까지 3년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기업은 경영성과급 지급액의 15%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근로자는 성과급 수령액에 대한 소득세를 50% 감면받는다. 중소기업 근로자가 내일채움공제 만기 공제금을 수령할 때 받을 수 있는 소득세 감면 혜택도 2027년 말까지 3년 연장한다. 만기 공제요건은 5년에서 3년으로 줄인다. 정부는 구체적인 공제와 감면 내용을 이달 세법개정안에 담아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준 중위소득 80% 이하인 실직자와 비정규직, 무급휴직자 등이 받을 수 있는 생계비 대부 한도는 올해 하반기 한시적으로 1인당 1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확대한다. 이들이 생계 부담 없이 직업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공인회계사·보험회계사 등의 국가전문자격 시험을 치르는 기초·차상위계층과 한부모 가정,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응시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불법추심 피해를 본 가족·지인도 무료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채무자의 관계인으로까지 채무자 대리인 서비스를 확대한다. 통신비 등 핵심 생계비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반기 중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폐지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한다. 알뜰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이동통신 서비스 도매대가 인하를 업계와 협의한다.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상생임대인 제도는 2026년 말까지 2년 연장한다.
민생안정자금으로는 하반기에 1조원을 투입한다. 소상공인 전기료·융자·대환대출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임금체불 근로자에 융자도 지원한다. 저소득 근로자에게는 생활안정자금도 지원한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 편성할 내년 민생 예산을 총지출 증가율의 1.5배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국가장학금 확대, 육아휴직급여 인상, 아이돌봄서비스 소득기준 완화, 한부모가족 양육비 선지급제 도입, 이공계 대학원생 대상 연구생활장학금 신설 등을 통해 취약계층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