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층 지지’ 업고 당선…‘친서방’ 새 이란 대통령은 어떤 인물?

5일(현지시간) 마수드 페제키시안 이란 대통령 당선인이 테헤란 지역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이란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온건 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70) 후보를 놓고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핵합의 복원과 히잡 단속 강화, 서방과의 관계회복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향후 이란정국에 반영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6일(현지시간) 오전 이란 내무부와 국영 매체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결선투표 개표가 잠정 완료된 결과 페제시키안 후보가 유효 투표 중 1638만4000여표(54.8%)를 얻어 당선됐다.

맞대결한 강경 보수 성향의 ‘하메네이 충성파’ 사이드 잘릴리(59) 후보는 1353만8000여표(45.2%)를 거두는 데 그쳤다.

이란에서 결선으로 대통령 당선인이 가려진 것은 2005년 이후 19년만의 결과다. 앞서 지난 2021년 취임한 강경 보수 성향의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불의의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상황에서 갑자기 치러진 대선의 결과다.

이란에서 개혁 성향 행정부가 들어서게 된 것은 3년만이다.

차기 이란 대통령에 오를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심장외과의 출신으로 2001∼2005년 온건·개혁 성향의 모하마드 하타미 정부에서 보건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마즐리스(의회) 의원에 출마한 2008년부터 내리 5선을 했고 2016년부터 4년간 제1부의장을 맡아 활약했다. 그는 경제 제재 완화를 통해 민생고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인물로, 이를 위한 방법으로 핵합의 복원과 서방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춰왔다. 2013∼2021년 하산 로하니 행정부 때 추진된 국제자금세탁기구(FATF) 가입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또한 선거전 기간에는 내내 히잡 단속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2022년 ‘히잡 시위’ 이후 불만이 누적된 청년·여성층 표심을 사로잡았단 평가다.

이란이 개입된 가자지구 전쟁과 이스라엘과 군사적 충돌, 2018년 미국이 파기한 핵합의 복원 등 첨예한 현안에 대해 페제시키안의 당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향후 관전 포인트다.

다만 개혁파로 분류되면서도, 이란의 이슬람 신정체제에는 순응하는 입장이다. 권력서열 1위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 공개적으로 충성을 맹세해 왔고,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지지한다는 발언도 수차례 발표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개혁 진영의 표심이 페제키시안으로 집중된 반면, 보수진영의 표는 분산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1차 투표에서 대선후보 4명 중 유일한 개혁 성향으로 예상을 깨고 ‘깜짝’ 1위를 차지했던 그는 결선에서도 잘릴리 후보를 약 285만표 차이로 눌렀다.

이란 헌법수호위원회는 새 대통령의 임기와 관련, 라이시 전 대통령의 잔여 임기 1년이 아닌 온전한 임기인 4년이라고 밝힌 바 있다.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2028년까지 대통령직을 맡게 되는 셈이다.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국영 IRIB 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이에게 우정의 손길을 뻗겠다”며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사람을 활용해야 한다”고 당선 소감을 냈다. 잘릴리 후보는 개표 결과가 나오자 엑스(X·옛 트위터)에 “나는 당선인이 강력하게 전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돕겠다”는 입장을 냈다.

한편 전날 오전 8시 시작된 결선 투표는 종료시간이 3차례 연장된 끝에 6일 0시까지 이어졌다. 유권자 6145만여 명 중 353만여 명이 참여했고, 투표율은 49.8%로 집계됐다.

1979년 이란 이슬람공화국이 건국된 이래 사상 최저였던 지난달 1차 투표율(39.9%)보다 약 10%포인트 높지만 70%를 넘겼던 역대 대선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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