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욕하더니…궁지 몰리자 우크라도 죄수 징집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드니프로페트롭스크주의 한 교도소에서 죄수들이 철책 뒤에 서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러시아의 공세로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가 죄수들을 전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남성에 이어 최근 여성 죄수까지 징집한 러시아를 비판하던 우크라이나도 병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수감자 징집을 전격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간) 데니스 말리우스카 우크라이나 법무부 장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 군복무 조건 가석방 제도로 신청을 마친 수감자 5196명 중 2872명이 석방됐으며 368명은 건강상의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며 “심각한 보병 부족을 메우고 최전선을 방어하는데 도움이 될 것” 말했다.

말리우스카 장관은 “5000명의 병력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최상의 상황에서 그 수가 3배로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석방된 죄수들은 최소 두 달 간의 군사 훈련을 받고 최전방에 배치될 예정이다.

그는 “적응력 측면에서 죄수들이 일반 징집병보다 낫다”며 “군복무를 대가로 보수를 받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수감자들은) 높은 동기부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징접 요건에 러시아보다 ‘더 높은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러시아에서 죄수들로 군인을 모으는 것과는 다르다고 FT에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도입한 군복무 조건 가석방 제도는 잔여 형기 3년 미만의 죄수들이 대상이다. 성폭행·연쇄 살인·부패·마약 밀매·국가 안보 범죄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르고 유죄 판결을 받은 수감자는 제외다.

병력으로 동원된 수감자들은 특수 부대에 통합돼 전쟁이 끝날 때까지 동원 해제되지 않을 방침이다.

우크라이나 국영 통신 우크린폼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미 지난 5월 이 같은 내용의 군복무 조건 가석방 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에 서명했고, 이후 수감자 약 3000명이 지원했다.

우크라이나가 수감자를 징집한 것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동원령으로는 병력을 채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병역법을 개정해 동원 가능한 나이를 27세에서 25세로 낮췄지만 역부족이다.

FT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허가 아래 키이우 지역의 한 교도소에 접근했다면서 100명 이상의 수감자들이 군복무를 위해 이미 풀려난 상태라고 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수감자들에게 군에 입대할 경우 조기 석방시켜준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12월 마약 유통 혐의로 8년형을 선고받았던 볼로디미르 바란디치는 러시아 특수부대의 젤렌스키 대통령 암살 시도를 막아 사면됐다고 FT는 전했다.

바란디치는 “국가가 나를 어디로 보내든 갈 준비가 돼 있다”며 “나는 더 많은 러시아인들을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

상해 혐의로 10년 가까이 복역하다 군에 입대한 막심은 “군생활이 교도소에서 복역하는 것보다 더 유용하다고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 같은 고육책에도 3년간 이어진 전쟁으로 전사한 병력을 채우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들과 서방 분석가들은 러시아군을 저지하기 위해 40만명 이상의 신규 병력이 필요하지만 군복무 조건 가석방 제도로 징집된 병력으로는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Print Friendly